[사설]“검경 공조 100%” 국민 배신한 법무장관 문책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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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회에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코앞에서 놓치고 ‘죽은 유병언’을 40일 넘게 추적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김진태 검찰총장의 무능을 질타했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을 통해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검찰은 “저희들이 (유병언을) 찾지 못한 게 통탄할 노릇”이라고 하고 경찰은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검찰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지만, 정작 통탄하고 배신감을 느끼는 쪽은 검경의 칸막이와 조직 이기주의를 바라보는 국민이다.

지난달 10일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검찰과 경찰을 강하게 질책했을 때 유 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박 대통령이 네 차례 유 씨의 검거를 독려할 때마다 검찰은 “검경 정보 공유는 100%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결정적인 정보는 경찰에 알리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에게 허위 보고를 한 것이다.

검찰은 전남 순천의 별장을 5월 25일 밤 수색할 때도 현지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 신모 여인만 체포하고 현장에 숨어 있던 유 씨는 발견하지 못한 채 철수해 유 씨에게 달아날 기회를 제공했다. 검찰이 한 달 가깝게 별장 수색에 실패한 사실을 숨기다가 변시체가 유 씨로 확인된 뒤에야 슬그머니 공개한 것은 더 나쁘다. 검찰은 유 씨가 현금 8억3000만 원과 미화 16만 달러가 든 돈가방을 놓고 달아난 정보도 경찰과 공유하지 않았다.

황 장관과 김 총장은 별장에서 유 씨를 놓치고 거액의 현금을 발견한 사실을 언제 보고받았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보고를 안 받았다고 해도 문제이고, 받고도 경찰에 알려주지 않았다면 더 큰 문제다. 1987년 물고문으로 숨진 박종철 씨 고문치사 사건 때 검찰은 은폐 조작으로 5공화국 정권에 치명타를 안겼다. 황 장관은 3일 국회에서 “검찰과 국가의 명예를 걸고 (유 씨의 체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으나 결국 검찰과 국가의 명예를 추락시켰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 부실과 공조 실패가 최재경 인천지검장의 사퇴와 전남지방경찰청장 직위해제 선에서 정리될 수는 없다. 수사권 조정 등을 둘러싼 검경의 ‘밥그릇 싸움’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세월호 수사에서까지 갈등이 벌어진 것은 국기(國紀)를 흔드는 행위다. 아무리 후임 법무부 장관 청문회가 걱정스럽다고 해도 이런 조직으로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검찰 조직의 일대 쇄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수뇌부 문책이 따라야 한다.
#황교안#김진태#유병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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