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공연해야 대부분 3개월… 제작비 회수하기도 벅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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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내빈 뮤지컬산업]<中>장기공연 힘든 공연 환경

‘오페라의 유령’은 2001년 7개월간, 2009년 12개월간 각각 공연돼 국내에서 장기 공연된 대형 뮤지컬로 꼽힌다. 동아일보DB
‘오페라의 유령’은 2001년 7개월간, 2009년 12개월간 각각 공연돼 국내에서 장기 공연된 대형 뮤지컬로 꼽힌다. 동아일보DB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2012년 국내 초연 때 6주 4일간 공연했다. 제작사인 비오엠코리아는 2주 정도 공연 기간을 연장하고 싶었다. 초연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았지만 차츰 입소문이 나면서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이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연장은 이미 다른 작품의 일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연장이 불가능했다. 최용석 비오엠코리아 대표는 “다음 해 재공연을 했지만 마케팅을 비롯해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것과 같았다. 초연 때 좀 더 길게 공연하지 못한 게 정말 아쉬웠다”고 말했다.

뮤지컬 제작사들은 대부분의 작품이 3개월 이하로 공연되기 때문에 제작비를 회수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초연되고 있는 ‘프리실라’는 공연 기간인 3개월 내내 티켓이 매진돼도 투자 원금을 회수할 수 없어 재공연을 올려 수익을 내야 한다.

○ 3개월 이상 공연되는 작품 100편 중 6편


한국뮤지컬협회에 따르면 2011년 공연된 뮤지컬 가운데 30일 이하로 공연된 작품이 77.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31∼90일 공연된 작품은 16.5%, 91일 이상 공연된 작품은 5.8%에 불과했다. 중소형 뮤지컬은 수년째 장기 공연되는 작품이 있다. 1997년부터 시작해 현재도 공연되고 있는 ‘난타’는 전용극장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주요 관객으로 유치하고 있다. ‘빨래’는 2005년, ‘김종욱 찾기’는 2006년부터 계속 공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연을 시작해 올해 10월 초까지 10개월여간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위키드’. 동아일보DB
지난해 11월 공연을 시작해 올해 10월 초까지 10개월여간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위키드’. 동아일보DB
하지만 대형 뮤지컬 가운데 2001년 이후 지금까지 6개월 이상 공연된 작품은 ‘라이온 킹’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지킬앤하이드’ ‘아이다’ 등 10편뿐이다. 뮤지컬 산업을 짓누르는 수익률 악화라는 고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될 만한 작품을 장기 공연해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동아일보가 뮤지컬 관계자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5%는 장기 공연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 뮤지컬 업계, “새로운 관객 만들어야”

장기 공연이 어려운 이유로는 관객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는 “관광객이 많은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와 달리 한국은 국내 관객으로 좌석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3개월 넘게 공연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추정한 2010년 기준 국내 뮤지컬 관람객은 530만 명이다. 같은 기간 브로드웨이는 관광객만 710만 명이 넘어섰다.

일정 기간을 정해 공연장을 빌리는 대관 시스템도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의 공연장은 944개에 이르지만 제작사가 원하는 극장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LG아트센터,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등 몇몇에 집중돼 있다. 설도윤 한국뮤지컬협회장은 “주요 공연장은 대관 공고를 하면 30∼40개 작품이 몰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관객이 몰려도 대관 기간이 끝나면 작품을 내려야 하고, 관객이 없어도 빌린 기간엔 계속 공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흥행하는 작품을 오래 공연하려면 관객이 찾지 않는 작품은 빨리 내리는 ‘솎아내기’도 필요하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는 주간 단위로 수익이 정산돼 흥행에 실패한 작품은 단 몇 주 만에 사라지기도 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평론가)는 “국내 관객이 적다고만 할 게 아니라 제작사가 티켓 가격을 내리고 공연을 길게 하는 방식으로 관객이 확대되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며 “뮤지컬 업계가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산업의 판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설문 응답자 20인(가나다순)

김선미 엠뮤지컬아트 대표 김용관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박민선 CJ E&M 공연사업부문 사업부장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한국뮤지컬협회장

손상원 이다엔터테인먼트 대표·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장 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

송한샘 쇼노트 총괄이사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뮤지컬평론가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이지나 연출가 장유정 연출가 조용신 뮤지컬평론가·연출가

조행덕 악어컴퍼니 대표 최나미 창작컴퍼니다 대표 최용석 비오엠코리아 대표 한승원 HJ컬쳐 대표

손효림 aryssong@donga.com·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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