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시신 두고도 40일 헤맨 檢警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순천 변사체, DNA-지문 일치
스쿠알렌-저서문구 나왔는데도 노숙자로 판단해 신원확인 소홀
수만명 대대적인 수색 ‘헛발질’

검찰과 경찰이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진)의 시신을 전남 순천에서 발견하고도 40일 동안이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해 그 사이 하루 평균 경찰 3만 명이 엉뚱한 곳에서 대대적인 수색을 계속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참사 당시 부실한 초동 대응으로 희생자가 크게 늘어난 것처럼 수상한 변사자를 노숙인이라고 섣불리 판단하고 신원 확인을 게을리 하는 등 기본을 소홀히 한 안일한 대처가 되풀이된 것이다. 더구나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검찰이 5월 25일 새벽 유 전 회장의 은신처라고 판단하고 압수수색을 벌인 ‘숲속의 추억’ 별장에서 직선거리로 3km, 유 전 회장의 도주로를 차단하기 위해 경찰이 설치한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검문소로부터 불과 500m 거리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분소는 22일 순천의 장례식장에 보관돼 있던 시신을 검경으로부터 넘겨받아 정밀 감식한 결과 신체 부위의 유전자(DNA) 검사, 키(159cm)와 왼쪽 손가락 절단 등 신체적 특징이 모두 유 전 회장과 100% 일치한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국과수는 시신의 훼손 상태 등으로 미뤄 유 전 회장이 순천의 은신처에서 검찰의 추적을 피해 달아난 지 2, 3일 뒤인 5월 27, 28일경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독극물과 외상 등 타살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사망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도피를 도운 핵심 인물인 운전사 양회정 씨(56), ‘김엄마’로 알려진 김명숙 씨(59)의 자수를 설득하고 있다. 유 전 회장이 순천의 은신처를 빠져나온 직후 행적 등을 두 사람이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도 순천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시신 발견 장소 일대에 대한 수색과 함께 사망 전까지의 행적을 정밀 수사하기로 했다.

검경은 지난달 12일 유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했으나, 80% 이상 부패가 진행돼 인상착의를 알아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단순’ 변사사건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세모 계열사인 한국제약이 생산한 스쿠알렌 빈병 △유 전 회장이 직접 쓴 책 제목인 ‘꿈 같은 사랑’이라는 문구가 적힌 천 가방 △노숙인이 입기 어려운 고가의 점퍼 △유 전 회장의 평소 치아 특징을 나타내는 금니 10개 등이 발견됐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유병언 전 회장 및 기복침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유병언 시신 발견#유병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