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에 가장 빠른 추석… 과일농가 - 유통업체 초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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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기 평택시 한빛농원에서 이한복 대표가 배가 잘 크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21일 경기 평택시 한빛농원에서 이한복 대표가 배가 잘 크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 이번 추석(9월 8일)은 38년 만에 가장 이른 시기에 찾아온다. 추석을 앞두고 과일 농가와 유통업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과일이 충분히 익지 않아 대표적인 제수용품이자 추석 선물인 햇과일 물량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본격적인 추석 선물세트 판매를 한 달가량 앞두고 분주해진 과일 농가와 유통업계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

▼ 버리고… 평택 배과수원 빨리 크게 예년보다 20% 더 솎아내 ▼

21일 찾은 경기 평택시의 한빛농원. 2975m²(약 900평) 규모의 배 과수원에서는 제초와 배나무 가지의 유인(과일이 잘 크도록 가지의 위치를 조정해주는 일) 작업이 한창이었다. 농장을 경영하는 이한복 대표(54)는 “과일이 조금이라도 빨리 자라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 추석 때문에 한빛농원은 5월부터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바빠서 농장 청소도 제때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 이유는 올해는 배를 예년에 비해 보름가량 일찍 출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빛농원이 추석 선물용 배를 납품하는 롯데마트는 8월 하순부터 본격적인 추석 선물 세트 판매를 시작한다. 농장에서는 그 전까지 충분한 물량을 수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빛농원은 배가 빨리 크도록 하기 위해 적과(솎아내기)량을 지난해에 비해 약 20% 늘렸다. 작업 횟수도 지난해(3회)보다 1회 더 늘렸다. 이는 남아 있는 과실에만 영양을 몰아줘 출하시기까지 크기를 키우기 위한 고육책이다. 기준에 맞는 큰 과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경남 거창군 북상면에 위치한 소정농원에서 이곳 직원인 김동회 대리가 사과 적과(솎아내기) 작업을 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경남 거창군 북상면에 위치한 소정농원에서 이곳 직원인 김동회 대리가 사과 적과(솎아내기) 작업을 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 당기고… 거창 사과농가 햇볕 더 쪼이려고 은박지도 동원 ▼

경남 거창군 북상면에 자리 잡은 소정농원은 올해 사과 수확작업을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앞당겨 진행하기로 했다. 사과 수확은 보통 9월 10일을 전후해 시작된다. 올해는 사과 꽃의 개화가 예년보다 10일 정도 빨라지긴 했지만, 수확기를 앞당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소정농원은 출하를 2주가량 남긴 8월 중순부터 잎 따기와 반사필름(은박지) 설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두 작업 모두 일조량을 늘려 사과 열매가 잘 크고, 색깔도 빨갛고 예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농원 측은 이보다 앞서 개화기 때(4, 5월) 미량요소비료를 뿌리기도 했다. 이 비료는 농작물의 초기 양분 공급을 원활하게 해 개화시기를 앞당겨주고 과실의 성장을 빠르게 해 준다.

농장에서 일하는 김동회 대리(34)는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니고, 하늘이 도와주길 바라고 있다”며 “날씨가 지나치게 더우면 사과가 성장을 멈추게 되는데 그런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6일 강원 철원군의 비무장지대(DMZ)에 조성된 수삼밭에서 상품 중개 담당자가 품질 점검을 위해 수삼을 캐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16일 강원 철원군의 비무장지대(DMZ)에 조성된 수삼밭에서 상품 중개 담당자가 품질 점검을 위해 수삼을 캐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 뒤지고… 백화점 바이어 과일 대체상품 찾아 DMZ까지… ▼

“수삼이 잘 크고 있던데요. (돈을) 많이 버시겠습니다.”(나선권 신세계백화점 가공식품팀 과장) “(돈을) 많이 줘야 많이 벌지. 허허허.”(수삼 재배자 이원익 씨·74)

16일 강원 철원군 근북면의 비무장지대(DMZ)에 조성된 2200m²(약 680평) 규모의 수삼밭. 분위기는 내내 유쾌했지만, 본격적인 가격 협상을 앞둔 두 사람은 곳곳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나 과장은 이날 추석 선물 세트로 쓸 수삼의 품질을 미리 확인해보려 서울에서 2시간 반을 달려왔다. 이는 이른 추석에 물량 부족에 시달릴 수도 있는 과일 선물 세트를 대체할 상품을 찾기 위해서다.

특히 주로 고급 선물 세트를 판매해 온 백화점들은 독특하고 신선한 제품을 구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나 과장이 청정지역인 DMZ까지 찾아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른 추석 덕분에 본격적인 수확까지 한 달이나 남은 수삼은 벌써부터 ‘귀한 몸’이 됐다. 보통 750g에 2만8000∼3만 원대에 거래되던 수삼 공급가는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양소리 인턴기자 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추석#과일농가#유통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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