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SNS 민심]사람들이 제일 많이 꼽은 휴가지는? ‘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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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다. 사람들은 여름휴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6월 16일부터 7월 16일까지 한 달간 트위터와 블로그에 올라온 글 가운데 ‘여행’ 또는 ‘휴가’를 언급한 글은 61만6640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7만1712건보다는 다소 적고, 2012년 같은 기간 55만9825건보다는 조금 많은 수치다.

‘여행, 휴가’와 함께 언급된 연관어 1위는 여름, 2위는 사진이었다. 각각 8만5322건과 8만2469건으로 비슷했다. 여행하고 휴가 갈 때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트위터 블로그에 올리는 시대이다 보니 사진 없이는 휴가를 생각할 수 없는 세태를 반영하는 측면이 크다고 생각된다.

연관어 3위는 ‘해외여행’(6만4892건)이었다. 2012년 3만3242건, 2013년 3만9707건에 비해 무려 95.2%와 63.4%나 급증한 수치다. 언급량이 급증했다고 모두 실제 해외여행 증가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관어 4위에 ‘생각’이, 8위에 ‘계획’이 오른 것만 봐도 사람들은 제법 큰 비용이 드는 소중한 휴가를 보내기 위해 많은 생각과 계획을 세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올해 해외여행을 생각하거나 계획한 사람이 지난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싱글족의 증가, 저가항공 등 가격 요인, 적은 비용으로 떠날 수 있는 배낭여행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여름휴가는 친구(6위·4만8883건)와 가족(7위·4만2649건)과 함께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족’ 언급량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방학을 맞아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맛’을 언급하는 양도 늘어났다.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맛’ 언급량은 2012년 1만2117건, 2013년 2만460건보다 한껏 늘어난 2만9254건으로 전체 연관어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 휴가 민심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영향을 읽을 수 있는 대목도 엿보인다. 2012년에 6만6234건으로 전체 연관어 2위를 차지했던 ‘이벤트’가 올해는 1만1959건으로 7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각종 여행 관련 업체들이 세월호 참사로 슬픔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과 국민적 슬픔을 감안해 소란스러운 이벤트를 자제했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할 수 있다. 2013년에도 ‘이벤트’는 2만6358건으로 10위권에 올라 있었다.

사람들은 휴가지로 어디를 많이 언급했을까. 가장 많은 언급량을 기록한 것은 ‘집’이었다. 휴가라고 하면 무조건 집을 떠나는 것을 생각하지만 사실은 휴가지로 ‘집’을 언급하는 트렌드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 5만583건을 기록한 ‘집’은 휴가지 연관어 5위를 기록했다. 여행을 못 가는 사람들이 집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심리 연관어인 ‘부럽다’ ‘가고 싶다’ 등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직장 일이나 시험 준비, 여행 경비 문제 등으로 휴가를 못 떠나는 사람들의 항변이 SNS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한마디로 방에 콕 처박히는 ‘방콕’의 역사는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2위로는 제주도가 4만4658건이었고 3위로는 유럽이 2만1329건을 기록했다. 이어 부산, 일본이 1만 건 이상의 언급량을 보이며 3, 4위를 기록했고 인천, 강원도, 홍콩, 서울, 전주, 프랑스 등도 6000건 이상의 언급량을 기록했다.

휴가 상품 연관어는 가방(1만2914건), 맥주(1만1384건), 커피(1만1140건), 카메라(1만191건) 등이 전통적인 강세를 이어가며 1∼4위를 이어갔다. 눈에 띄는 것은 매년 최상위권에 있던 ‘책’이 올해 아예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책’은 2012년에 1만7984건으로 상품 연관어 1위에, 2013년에도 1만2031건으로 1위에 올랐으나 올해는 4541건이라는 초라한 언급량을 기록하며 20위로 밀려났다(상품 연관어 가운데 배, 차 등 운송수단은 제외했다). 출판시장의 불황을 반영하는 것인지, 온라인 서점들의 공격적인 이벤트가 없어서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독서량이 현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반면에 디지털TV에 USB 어댑터를 꽂으면 인터넷TV처럼 사용할 수 있는 구글 크롬캐스터가 6049건의 언급량을 기록하며 12위로 신규 진입해 대조를 보였다.

여행은 곧 ‘추억’이기도 하다. 휴가 관련 추억 언급량은 1만8255건이었다. 알베르 카뮈는 “여행이 가치 있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라며 “(낯선 여행지에서 겪는) 아주 조그만 충격도 우리의 존재를 밑바닥부터 뒤흔든다”고 했다. 새로움은 두려움을 낳고, 그 달콤한 두려움은 추억으로 남게 된다. 모국어와 거리가 먼 곳일수록 추억이 더 강렬하기 때문일까. 올 휴가 빅데이터 특징을 다시 정리한다면 ‘해외여행은 늘고 이벤트, 책이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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