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번엔 헬기 소방관 희생, 세월호 이후 달라진 게 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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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현장 수색을 지원하고 돌아가던 소방 헬기가 광주 도심에 떨어져 탑승자 5명 전원이 숨졌다. 사고 헬기는 강원도소방본부 소속으로 광주에서 진도를 오가며 세월호 수습을 지원하다가 강원도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수습에 나선 잠수사와 소방관들의 희생이 이어져 안타깝다.

헬기가 추락한 곳은 아파트 학교 상가와 인접한 도로여서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헬기 조종사들이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아파트와 학교를 피해 불시착 장소를 찾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급한 생명을 구하는 데 일생을 바친 소방대원 5명의 마지막 살신성인(殺身成仁)에 머리가 숙여진다.

사고 원인은 기체 고장 때문인지 기상 악화 때문인지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안전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운항을 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사고 헬기는 추락하기 전 엄청난 굉음을 냈다고 한다. 소방방재청은 기체 결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동종 헬기 7대의 운항을 중단시켰다. 이달 초 사고 헬기를 정비했던 강원도소방본부는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정비 점검이 철저히 이뤄졌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세월호 현장 수색을 위해 전국 각 지역 소방본부의 헬기를 지원받아 활용해 왔다. 헬기가 부족해 멀리 강원도에서 전남 앞바다까지 지원 가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헬기 운항의 안전 확보에 얼마나 만전을 기했는지는 의문이다. 한국 소방관들은 재난 현장에서 부상하거나 사망하는 비율이 높다. 최근 5년 사이 순직한 소방관만도 30여 명이다. 소방본부는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이고 예산도 지자체에서 받기 때문에 지역별로 여건이 천차만별이다. 재정 상태가 나쁜 지자체의 소방관들은 장비가 부족해 농업용 고무장갑을 끼고 화재 진압을 할 정도다. 이래서야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 아까운 소방관들의 희생만 부추길 뿐이다.

어제 부산에서는 지하철 1호선에 화재가 발생해 5명이 다치고 400여 명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요양원 화재, 지하철 화재, 헬기 추락 등 같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조직을 바꾸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음을 보여준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근본적 쇄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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