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학생 배려” vs “역차별”…단원고 입시특례 양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6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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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경기 안산 단원고 수험생들에게 대학 특례입학 혜택을 주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찬반양론이 일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단원고 3학년 학생 및 희생자의 직계비속, 형제자매에게 대학 정원의 1% 내에서 정원외 특례입학 혜택을 주기로 15일 합의했다.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이번 정치권의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황건효 양(18)은 "단원고 학생이라고 해도 개개인의 성적이 모두 다르고 세월호 때문에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두 다를텐데 일률적으로 특례 입학이라는 혜택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고 사례와의 형평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인천에 사는 주부 황남이 씨(45)는 "지난해 태안 해병대 캠프에서도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이 많이 사망했다"며 "그 때도 생존 아이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가 컸을 텐데 왜 그 때는 아무 특혜가 없었느냐"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 재난 사고가 날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앞으로 학교 관련 사고가 터질 때마다 입시에서 특혜를 요구할 것"이라며 "세월호는 되고 왜 우리는 안 되느냐고 물으면 그 때는 정부가 뭐라고 답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입학 특례 결정에 대한 비판 화살이 무고한 단원고 학생들을 향할 조짐도 보였다. 서울의 한 명문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입학 정원의 1%면 20~30명 정도가 특혜를 받고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입학하는 단원고 학생들이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 지켜보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하지만 이번 특례 입학 결정은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이 자발적으로 선택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서울 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실제 단원고 특례 입학을 시행할 대학은 아주 소수에 그칠 것 같다"며 "그나마 명문대로 통하는 서울 지역 주요 대학에서는 거의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단원고 학생들이 수업에 상당한 지장을 받은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이병관 씨(52)는 "만약 내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그런 일이 생겨서 아이가 입시 공부를 못했다면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을 것"이라며 "어떤 형태의 지원이든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이번 합의로 애꿎은 유가족들만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유가족들이 우선적으로 원한 것도 아닌데 괜히 정치권 때문에 유가족들이 보상만 원하는 집단으로 비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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