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박근혜 대통령 만들려 했다고? 화갑이 그 사람 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3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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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가을 ‘GP-Project’의 진실은

정치판, 특히 여권의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온갖 시나리오가 등장한다. 노태우 대통령의 민자당 때도 그랬고, 김영삼 대통령의 신한국당 때도 그랬다. 대선주자의 영문 머리글자를 박아 ‘OO 플랜’이라고 이름 붙인, 그럴듯한 문건들도 나돈다.

‘GP-Project’도 그중 하나다.

“2000년 가을부터 2002년 초봄까지 DJ의 지시에 따라 김윤환 전 의원과 김태호 전 내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GP-Project)’가 가동됐고, 그 실무를 내가 맡았다. 해당 사실을 알고 있는 4인 중 세 분(DJ, 김윤환, 김태호)이 고인이 된 마당에 나의 말을 증언해 줄 사람이 남아있을 때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BBS 불교방송 총무국장을 지낸 이태호 씨가 2012년 3월 ‘1급 비밀, 그랜드 플랜’이라는 책을 내면서 했던 말이다. DJ가 “평생 민주주의와 인권, 가난한 이를 위해 싸워왔는데도 동서화합과 국민통합이 힘들다. 내가 모든 것을 초월해 발상의 전환을 하겠다. 최대 정적(政敵)의 딸을 지도자로 길러냈다는 말을 듣는다면 내 성의에 감격해 동서화합과 국민통합이 되지 않겠느냐”며 ‘GP-Project’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2000년 가을부터 2002년 초봄까지라면 허주(虛舟·김윤환의 아호)가 이회창에게 쫓겨나 민국당(민주국민당)을 차렸을 때다. 그리고 물밑에서 새천년민주당과 자민련, 민국당 간의 대선공조방안이 논의되던 때다.

아이디어 차원에서는 있을 수 있는 얘기다. 그런데 ‘리틀 DJ’라고 불리는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GP-Project’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회자됐다.

“허주는 울산 출신의 김태호 의원을 불러 DJ의 뜻을 전했고, (불교방송 사장을 지낸 적이 있는) 김태호 의원은 이태호 국장에게 실무를 맡겼는데 2001년 말 권노갑 고문에게 어려움이 생기고, 2002년 2월부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면서 이 계획은 사실상 폐기됐습니다.” 한화갑은 월간 신동아 인터뷰(2013년 2월호)에서 이렇게 말한 뒤 “DJ의 진심을 증명하기 위해 경남 함양 사람인 이태호 씨가 그 책을 썼다”고 덧붙였다.

한화갑의 신동아 인터뷰 시점은 박근혜 지지를 선언한 직후다.

신동아 기자도 그 점이 미심쩍어 “세 분은 작고했지만 권노갑 고문은 정정하신데, 왜 그 분은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요?”라고 묻자, 한화갑은 “그건 모르지. 권 고문한테 물어봐요”라고 했다.

필자가 대신 물어봤다. 권 고문은 어이없어 했다. “김윤환 대표가 박근혜 후보 얘기를 자주 한 건 사실이지만 나는 그냥 웃고 말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본인 입으로 키워보자고 한 지도자는 평생 정대철 의원 한 사람뿐이다. 내가 이인제를 도울 때도 ‘너무 앞서지는 마라’고 했고, 한화갑의 대선 도전에 반대할 때도 ‘자네가 너무 안 된다고 나서지는 말게’라고만 했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지시했다니, 화갑이 그 사람은 참∼.”

김창혁 전문기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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