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안에 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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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주인공 대역 재미동포 스턴트맨 최일람

스파이더맨의 가면 뒤에는 ‘진짜 스파이더맨’인 스턴트 배우 최일람이 있다. 거미줄을 타고 도심의 ‘마천루 숲’을 누비는 역동적이고 화려한 액션의 상당수는 그의 탄탄한 근육질 연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스파이더맨의 가면 뒤에는 ‘진짜 스파이더맨’인 스턴트 배우 최일람이 있다. 거미줄을 타고 도심의 ‘마천루 숲’을 누비는 역동적이고 화려한 액션의 상당수는 그의 탄탄한 근육질 연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 아찔한 마천루 사이를 붕붕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 가면 속에는 배우 앤드루 가필드가 아닌 최일람(40)이 있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가 국내에서도 흥행하면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이 시리즈의 주인공 대역이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화제를 모았다. 흔히 성별, 인종이 같은 사람이 대역을 맡는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가 백인 슈퍼 히어로의 스턴트를 맡는 것은 드물다. 》

어린 시절 교회에서 태권도를 시작으로 합기도 쿵후 무아이타이 등 다양한 무술을 익힌 최일람. 신장 180cm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주인공 앤드루 가필드의 키 179cm와 비슷하다. 최일람 제공
어린 시절 교회에서 태권도를 시작으로 합기도 쿵후 무아이타이 등 다양한 무술을 익힌 최일람. 신장 180cm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주인공 앤드루 가필드의 키 179cm와 비슷하다. 최일람 제공
미술을 전공한 후 시각 효과 일을 하던 최일람은 우리 나이 서른이던 2003년 뒤늦게 스턴트에 뛰어들었지만 인기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대역을 맡을 만큼 급성장했다.

‘아바타’의 주인공 역 스턴트를 비롯해 ‘트랜스포머’ ‘캐리비안의 해적’ ‘토르’ 시리즈 등 수많은 블록버스터에 참여한 그는 할리우드 제작진의 신뢰를 받고 있다. ‘아바타’ 촬영 당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보충촬영을 위해 그가 다른 촬영 일정을 마치길 기다릴 정도였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마크 웨브 감독도 자신의 트위터에 촬영 대기 중인 그의 사진을 올려 애정을 드러냈다. ‘가면 속 진짜 스파이더맨’을 e메일로 인터뷰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편에 이어 2편에도 주인공 스턴트를 했다. 비결은….

“스턴트맨은 몸으로 연기한다. 배우 못지않게 역할에 집중하려고 한다. 스파이더맨 캐스팅은 실력과 체형을 갖췄기 때문이겠지만 인맥도 중요하다. 성실한 태도도 도움이 되고.”

―스파이더맨에서 어려웠던 건 뭔가.

“날씨다. 슈트가 스판덱스 소재인데 추울 땐 더 춥고, 더울 땐 더 덥다. 특히 1편 촬영할 땐 겨울에 축축한 길바닥에 누워 바람까지 맞는 장면이 있었는데. 뼛속까지 시렸다.”

―몸매 관리는 어떻게 했나. 앤드루 가필드는 쫄쫄이 의상 때문에 체지방을 3%로 유지했다던데….

“딱히 몸 관리를 해본 적이 없다. 일 자체가 운동하는 거랑 비슷하기도 하고. 좋은 유전자 덕분인 듯하다.”

―할리우드에 다른 한국 스턴트맨이 많나. 동양인이라 좋은 점 혹은 나쁜 점은….

“한국인 스턴트맨이 없진 않지만 대부분 중국인이나 일본인이다. 동양인으로서 장점이라면 스턴트맨 수가 적어 경쟁이 덜 치열해 보인다는 거고, 단점이라면 동양인 배역 자체도 적어 사실은 경쟁이 치열하다는 거다. 하하.”

―미국에서 나고 자랐다. 혹시 한국과 관련한 추억이 있나.

“어린 시절 태권도를 배웠다. 그리고 한국 음식을 사랑한다. 갈비에 김치찌개랑 밥 먹는 걸 좋아한다. 한국에는 2년 전 처음 가봤는데 너무 먹어서 몸무게가 5kg 가까이 쪘다. 올가을 부모님과 또 방문할 계획이다.”

―혹시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한국 감독이 있나.

“‘엽기적인 그녀’를 재밌게 봤다. 사실 나도 마음 깊숙한 곳은 로맨틱한 사람이다. 기회가 된다면 곽재용 감독의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

―당신의 목표는….

“전에는 스턴트맨으로 성공해 집을 사고 부모님을 모시는 거였는데 그건 이미 이뤘다. 지금은 그냥 매 순간을 즐기려고 한다. 스턴트 배우로서 최종 목표는 아시아계 미국인 영웅이 나오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거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어메이징스파이더맨#스턴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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