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입 소수인종 우대’ 사라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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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 “우대 금지한 미시간주 헌법 합헌” 판결

미국 대학 입학전형에서 소수인종의 우대정책을 공립대에 적용하지 못하게 한 미시간 주의 헌법 개정에 대해 연방대법원이 22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대학입시에서 소수인종을 배려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백인과 유색인종 간 경제력 차이를 줄여온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의 전통적 배려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22일 미시간 주가 주립대 입학 과정에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정책(affirmative action)을 금지하도록 주 헌법을 개정한 것을 찬성 6 대 반대 2로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미시간 주는 2006년 주민투표에서 58%의 지지로 ‘프러포절 투’로 불리는 관련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판관 8 대 7로 당시 헌법 개정이 연방헌법의 평등권 조항을 위반했다고 봤던 연방항소법원 판결을 이번 판결에서 뒤집은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은 유사하게 주 헌법을 개정한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애리조나 뉴햄프셔 워싱턴 오클라호마 등 다른 7개 주의 조치도 사실상 인정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다른 주들도 소수인종 우대조치를 없애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NYT는 “이미 소수인종 우대를 금지한 텍사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주 등에서는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의 주요 공립대 진학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5 대 4로 우위를 보이는 연방대법원 내 보수진영 의견이 반영됐다. 102쪽에 이르는 판결문에서 재판관들은 다섯 가지의 다른 의견을 내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송무담당 법무차관을 지내면서 소수인종 우대정책을 지지했던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은 스스로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고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수 의견 요지는 “소수인종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은 의도적인 차별이 아니라면 법정이 아니라 투표소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각 주가 주민투표 등을 통해 정책을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연방대법원이 간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다수 의견서에서 “이번 사건은 인종 우대정책과 관련한 논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해결하느냐의 문제”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히스패닉계 최초의 대법관인 소니아 소토마요르는 58쪽짜리 소수의견서에서 이번 결정으로 소수 인종에 대한 평등권 보호정신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 헌법 개정이 민주적 절차를 밟아 이뤄졌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소수집단을 억압할 수 있다. 법관들은 우리 사회에 엄존하는 인종 불평등을 뒷짐 지고 앉아서 사라지기를 기대하는 대신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들의 소수인종 우대정책 자체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도 점차 엄격해지는 추세다. 연방대법원은 특정 대학 전형에 대해 백인 학생들이 낸 소송에 대한 1978년과 2003년, 2013년 판결에서 소수인종 우대전형 자체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구체적인 형태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소수인종#연방대법원#히스패닉#프리포절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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