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결혼 앞두고 한날 떠난 ‘선상 커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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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애타는 가족들
알바생 김기웅-승무원 정현선 씨… 양가 “하늘서 함께” 영혼 결혼식

“하늘나라에선 행복한 부부로 살아다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이벤트 업체 종업원 김기웅 씨(28)와 승무원 정현선 씨(28)가 영혼결혼식을 갖는다. 이들은 4년 전부터 사귀다 올가을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약속한 사이였다. 두 사람은 올 1월 친한 친구들과 인천 용유도에 놀러갔고, 배 타기 직전엔 경기 용인의 놀이동산에 다녀오는 등 풋풋한 사랑을 키워왔다. 양가 부모들은 곧 영혼결혼식 일정과 절차를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을 같이 타다가 만났다. 정 씨는 6년 전부터 세월호에서 서비스 업무를 맡아왔다. 김 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7년 전부터 청해진해운 소속 배를 타며 불꽃놀이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벌이가 좋았기 때문에 틈나는 대로 배를 탔다는 것.

김 씨는 주로 인천∼제주 항로를 오가는 다른 여객선인 오하나마호를 탔지만 이번엔 예비 신부 정 씨가 “심심한데 같이 타면 좋겠다”고 권유해 세월호에 승선했다.

김 씨의 어머니 김광숙 씨(59)는 “배에 오르기 전에 운동화를 사다 준다고 약속하더니만 아들과 현선이가 한꺼번에 세상을 떠난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오열했다.

인천대 4학년생인 김 씨는 이번 가을학기에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진도에서 김 씨의 시신을 거둬온 친구 강얼 씨(28)는 “활달한 기웅이가 졸업을 앞두고 진로 걱정을 많이 했고, 결혼 자금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더 많이 했다”며 울먹였다. 김 씨의 빈소는 인천 길병원에 마련됐으며 목포중앙병원에 안치된 정 씨도 곧 길병원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세월호#진도여객선침몰#김기웅#정현선#영혼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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