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죽인 사형수를 용서한 이란 어머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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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 공개 처형직전 뺨 때리고 “너를 용서한다” 올가미 풀어줘
앰네스티 “공개처형제 폐지를”

① 아들 압둘라를 죽인 발랄의 뺨을 때리며 자식의 원수를 용서한 압둘라의 어머니. ② 발랄의 어머니(왼쪽)가 자신의 아들을 용서해준 압둘라의 어머니를 껴안고 같이 울고 있다. 사진 출처 이스나통신
① 아들 압둘라를 죽인 발랄의 뺨을 때리며 자식의 원수를 용서한 압둘라의 어머니. ② 발랄의 어머니(왼쪽)가 자신의 아들을 용서해준 압둘라의 어머니를 껴안고 같이 울고 있다. 사진 출처 이스나통신
15일 이란 북부 작은 마을 로얀의 공개 처형장. 7년 전 시장통에서 시비 끝에 또래 소년 압둘라 호세인자데(당시 18세)를 흉기로 찔러 죽인 20대 사형수 발랄이 끌려 나왔다. 검은 천으로 두 눈을 가린 그는 교수대에 선 채 “살려 달라”고 울부짖었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엄격히 따르는 이란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키사스(qisas·보복)’ 원칙에 따라 살인범을 유족 입회하에 사형에 처한다.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 중년 여성이 발랄의 왼쪽 뺨을 후려치며 “너를 용서한다”라고 선언했다. 여성의 남편은 말없이 발랄의 목에 걸린 올가미를 풀었다. 이들은 바로 희생자 압둘라의 부모.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한 압둘라의 어머니는 발랄의 어머니를 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이란 이스나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압둘라의 어머니가 발랄을 용서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압둘라의 동생인 아미르호세인 또한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떠나보냈다. 무려 두 아들을 잃었지만 며칠 전 꿈에 나타난 압둘라가 어머니에게 간곡히 요청했다. “저는 좋은 곳에 왔으니 복수하지 마세요.” 결국 그는 발랄이 고의로 압둘라를 죽인 것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고 아들의 살인범을 용서했다. 실제 당시 발랄은 압둘라를 밀쳤다가 발길질을 당하자 홧김에 양말에 넣어뒀던 흉기를 꺼냈다.

이번 사건으로 이란의 사형제에 대한 비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의 사형 건수는 369건으로 수천 명이 넘는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사형집행국이다. 비공개 처형까지 합산하면 지난해 사형자 수만 700명이 넘는다고 앰네스티는 전했다. 앰네스티 측은 “이란의 공개처형제는 범죄 억제 효과는 없이 폭력 문화만 확산시키는 비인도적 조처”라며 폐지를 촉구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사형수#이란#공개처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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