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륙양용 사파리투어’ 최첨단 이 차에 이름을 지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7일 1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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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밸리 사파리투어에 나선 대형 수륙양용차. 먹이를 보여주자 기린이 다가가 먹고 있다.
로스트밸리 사파리투어에 나선 대형 수륙양용차. 먹이를 보여주자 기린이 다가가 먹고 있다.
'이 차에 이름을 지어주세요.'

이 차는 세상에서 희귀한 차량입니다. 물과 육지를 두루 다니는 수륙양용이라는 것이지요. 어디에 있냐고요. 에버랜드입니다. 에버랜드에서도 사파리투어를 즐기는 야생동물원 '로스트밸리(Lost Valley)'라는 곳에 있습니다.

로스트밸리는 '인간의 공격을 피해 숨어든 동물들이 조용히 살아가는 곳'이란 개념으로 조성한 사파리투어용 동물전시공원입니다. 그곳에선 코끼리 치타 백사자 기린 낙타 꽃사슴 오릭스 등 다양한 초식동물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공원은 걷거나 자동차를 타고 둘러보는 데 그걸 사파리투어라고 하지요. 그런 사파리투어엔 다양한 차량이 쓰입니다. 가장 오래 전에 등장한 게 호랑이 무늬가 그려진 대형버스입니다. 그 뒤가 얼룩말 무늬의 SUV(Sports Utility Vehicle)이고요. 버스는 단체여행 개념이고 SUV는 가족여행 개념의 차량입니다.

로스트밸리의 물길로 이동하는 대형 수륙양용버스. 물 건너는 사자, 반대편은 꽃사슴 등 초식동물이 살고 있다.
로스트밸리의 물길로 이동하는 대형 수륙양용버스. 물 건너는 사자, 반대편은 꽃사슴 등 초식동물이 살고 있다.
그런데 이 로스트밸리에 지난해 새로운 어트랙션이 생겼습니다. 수륙양용트럭 사파리투어입니다. 트럭형태의 버스로 하부는 물에 뜨도록 배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바퀴달린 배지요. 이 수륙양용트럭은 로스트밸리의 사파리공원을 육로로, 수로로 거침없이 달립니다. 이것은 에버랜드 사파리투어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발한 전략상품입니다. 이걸 타보신 분들은 모두가 좋아합니다. 생애 최초의 수륙양용차 체험에 야생동물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아직 모르는 게 있습니다. 사파리투어의 현장인 아프리카대륙의 사바나 (해발 1000m 이상 고원)초원에도 이렇듯 수륙양용차를 타고 즐기는 특별한 사파리투어는 아직 없다는 사실이지요. 그러니 수륙양용 야생동물 사파리투어는 아주 특별한 체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야생동물원을 사파리차량으로 둘러보는 투어는 있어도 수륙양용차량으로 둘러보는 곳도 지구상엔 이곳뿐이니 첨단의 첨단 동물원인 셈입니다.

에버랜드의 사파리투어장인 '로스트밸리'는 지난해 4월 개장했고, 차량으로 대형 수륙양용차가 투입됐습니다. 그리고 1주년을 맞아 4월 15일 로스트밸리 사파리투어에 소형 수륙양용차량(3대)을 더 도입했습니다. 여러분이 이름을 지어줄 차량은 바로 이것입니다.

로스트밸리의 기린들이 어린이 손에 든 먹이를 보고는 수륙양용트럭 주변에 몰려들었다. 사파리차량처럼 보이지만 수면과 육지를 두루 다니는 수륙양용차량이다.
로스트밸리의 기린들이 어린이 손에 든 먹이를 보고는 수륙양용트럭 주변에 몰려들었다. 사파리차량처럼 보이지만 수면과 육지를 두루 다니는 수륙양용차량이다.
수륙양용차 투어는 전 세계 여러 곳에 이미 등장해 성업 중입니다. 그런데 동물원이 아니라 도시의 강에서 이뤄집니다. 사용하는 차량도 같습니다. 애칭이 '아미 덕(Army Duck)'인데 육군이 2차대전 중 혹은 베트남전에서 사용한 노후차량을 개조한 것입니다.

아미 덕을 활용한 수륙양용 투어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영국 리버풀의 '옐로 덕마린(A Yellow Duckmarine·노란 오리수병)'이었습니다. 앨버트 항에서 출발해 강과 시내를 두루 돌아다니는데 투어시간은 55분입니다. 제가 이걸 타본 건 2012년 7월이었는데 당시 운전기사는 은발의 영국노인으로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차량을 몰았던 운전기사 중 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이 수륙양용차가 노란 색깔이어서 투어이름도 '옐로 덕마린'이 된 것 같습니다. 차량을 노란색으로 칠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리버풀이 비틀스의 고향이란 걸 아신다면 금방 눈치 챌 겁니다. 비틀스의 히트곡 '옐로 섬머린(Yellow submarine·노란 잠수함)'을 상징합니다. 리버풀 시민들은 이 차량에 애칭도 붙여 주었습니다. 그 이름은 '왜커 퀘이커(Wacker Quaker)'입니다. '왜커'는 괴짜를 뜻합니다.

싱가포르에도 있습니다. 여기선 덕 투어(Duck tours)라고 부릅니다. 역시 싱가포르 시내와 강을 오르내립니다. 차량도 역시 미군 것인데 베트남전에서 사용했던 장비입니다. 싱가포르 차량도 애칭이 있는데 '왜키 덕(Wacky Duck·괴짜 오리)'입니다. 캐나다의 몬트리올(퀘벡 주)에선 앰파이-버스(Amphibious Bus·수륙양용버스), 더블린(아일랜드)에선 '바이킹 스플래시(Viking Splash)'라고 부릅니다. 미국 시애틀(위싱턴 주)에선 '모비 덕(Moby Duck)'이라고 부르는데 허먼 멜빌의 동명소설에 등장하는 거대한 흰 고래 '모비 딕(Moby Dick)'의 패러디입니다. 퇴역한 수륙양용장비를 활용한 이 기발한 수륙양용 투어-통상 '덕 투어(Duck Tour)'라 부름-를 처음 시작한 곳은 어딜까요. 미국 위스콘신 주의 위스콘신 델스라는 곳으로 1946년입니다. 그 차량은 '오리지널 위스콘신 덕스(Original Wisconsin Ducks)'라고 불리는데 지금도 운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보스턴(매사추세츠 주)의 덕 투어 운영회사인 '보스턴 덕 투어스'는 이 지역 프로팀이 우승하면 이 차량으로 축하퍼레이드를 벌이고 있습니다. 2008년 보스턴 셀틱스가 NBA챔피언이 됐을 때도, 보스턴 레드삭스(프로야구단)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때마다 17대의 차량에 선수들을 태우고 찰스 강과 시내를 오르내립니다.

그런데 이들 차량은 대부분 노후장비입니다. 그걸 고쳐서 사용하고는 있습니다만 40년 이상 지난 고물이라 아무래도 성능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지요.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게 1년 전 리버풀의 앨버트 항구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침몰사건입니다.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만 두 번의 사고로 리버풀에선 더이상 수륙양용 투어를 즐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리버풀의 투어 차량 중 한 대는 2차대전 중 최고 최대의 격전이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활약(1944년 6월 6일)했으니 59년이나 된 고물이었습니다.

그러면 에버랜드 것은 안전할까요. 제가 보기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습니다. 에버랜드 것은 최첨단의 기술로 만든 지 1년밖에 안 되는 새것입니다. 며칠 전 운행에 들어간 소형차량은 더 새것입니다.

이 소형차량은 아프리카대륙에서 사파리투어나 사막주행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요타의 간판차량 '랜드크루저(Land Cruiser)'를 모체로 합니다. 이 차량에서 엔진과 육상동력전달장치, 바퀴와 운전석만 그대로 두고 나머지는 제거해 수륙양용 투어용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개조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차량의 하부와 문틈으로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방수처리 하는 것입니다. 문이 닫히면 고무튜브에 고압의 공기를 불어넣어 틈새를 밀착시키는 방식으로 방수처리를 했는데 이 분야에서 세계최고로 알려진 네덜란드 DAT사의 기술력을 도입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가 어떤 나라입니까. 해수면 보다 낮은 국토에서 살고 있는 특별한 곳이지요. 그들은 바닷물을 막기 위해 해안에 거대한 둑을 쌓아 그 물을 풍차로 퍼내어 국토를 조성했는데 그들의 운명이 방수에 달린 만큼 방수기술은 세계 최고로 알려졌습니다. 어떻습니까, 믿을 만하지 않은가요.

그리고 수중구동장치는 스크루로 움직이는 대형차량과 달리 소형차량에는 '워터제트'추진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것은 수중에서 물을 빨아들여 그것을 고압으로 압축한 뒤 내뿜어 그 반작용으로 전진하는 방식입니다.

같은 수륙양용이지만 대형차량과 소형의 차이는 아주 큽니다. 대형은 버스 형태인데 반해 소형은 운전석 뒤편으로 여섯 명이 앉는 사파리용 지프 형태(3열 시트)입니다. 그래서 가족이나 지인끼리 오붓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형은 천장이 있어 양옆으로만 동물을 관찰하지만 소형은 천장이 없는 무개차여서 시야가 몇 배나 넓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소형과 대형 수륙양용트럭에 아직 이름이 없더군요. 그래서 제안을 드립니다. 이 트럭에 이름을 붙여 달라고요. 보시다시피 전 세계 모든 수륙양용투어 트럭에는 애칭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애칭을 붙여 부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여러분들이 댓글로 이름을 달아 주시면 제가 에버랜드에 전달하겠습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로스트밸리:대형차량을 이용한 투어는 13분, 소형차량을 이용한 스페셜투어(4월 15일 개장)는 30분. 스페셜투어는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예약(홈페이지 혹은 현장) 필수. 요금은 차량 한 대당 주중 18만 원, 주말 20만 원. 전시동물은 30종 300여 마리. 말하는 코끼리 '코식이', 세계최고 다산기록의 기린 '장순이'와 얼룩말 일런드 아프리카당나귀 코뿔소 치타 백사자(6마리) 등이 있다.

조성하 전문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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