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직전까지 “나오지 말라” 방송… 구명보트 1대만 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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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우왕좌왕 부실했던 초동조치
충격 느껴지고 한참 뒤에야 “구명조끼 입어라” 안내
선장-일부 승무원, 승객보다 먼저 탈출… 책임 논란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의 실종자가 277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오전 1시 현재 공식집계에 따르면 승객 대부분을 차지한 학생 325명 중 76명이 구조된 반면에 승무원 33명은 절반이 넘는 20명이 구조됐다. 이 때문에 사고 전후 여객선 측이 구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관실에 있던 승무원들과 선장이 선체를 탈출했고, 실제 구조에 나선 승무원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책임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 여객선의 선장과 승무원들이 비상시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지켰는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생존자들은 배에 한 차례 강한 충격이 전해진 후에도 “나오지 말라”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 방송만 반복됐다고 입을 모았다. 승객 임모 씨(59)는 “한참 후에 구명조끼를 입으라고 방송만 했지, (구명조끼가)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았다. 내가 보이는 대로 모아서 밖으로 다 던졌다”고 말했다.

30분가량이 지난 뒤 일부 선실 안에 물이 차기 시작하자 승객들은 갑판과 선실 밖으로 뛰어나왔다. 하지만 천장이 높고 270명이 수용되는 4층 대형 객실을 포함해 일부 객실에서 배가 기울고 물이 차면서 안에 있던 학생들이 출입구에 미처 닿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아비규환 속에서 승객들이 서로 구조에 나선 가운데 당국의 구조는 더디기만 했다. 화물기사 김모 씨(50)는 “학생들이 유리벽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하는데 해경은 헬리콥터 두 대 띄워놓고 한두 명씩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대형 여객선 사고 발생 시 최초 구조에 필수적인 구명정은 아예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세월호에는 바닷물에 닿으면 자동으로 펼쳐지는 구명벌(둥근 형태의 구명보트)이 좌우로 23대씩 총 46대가 있었으나 1대밖에 펼쳐지지 않았다. 평상시에 구명벌의 성능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더욱 한심한 것은 16일 오후 5시 40분경 인천항 연안 여객터미널 사고대책본부 3차 브리핑에서 청해진해운 측은 “현재 구명정이 몇 대가 있었는지, 실제로 운항이 됐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선사 측은 사고 선박 탑승자 수도 당초 477명에서 462명으로 수정했다가 다시 475명이라고 정정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이 밖에 침수 이후 전력 공급이 끊겨 어두운 선실에서 대피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과 신고가 늦어져 구조가 지연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고 승객 가족들은 사고 선박이 완전히 침몰할 때까지 2시간가량 대피할 시간이 있었던 상황에서 탑승자의 3분의 2에 가까운 280여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에 분노를 표출했다. 해경은 여객선 측의 구조 활동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곽도영 now@donga.com / 진도=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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