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략이라더니… 김정은 옆에 파주機 닮은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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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인기 날조” 주장, 사실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해 3월 1501부대를 방문했을 때 찍힌 사진에서 최근 발견된 북한 무인기 날개와 비슷한 물체가 등장했던 것으로 드러나 군 당국이 분석 중인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사진의 왼쪽 하단에는 하늘색 바탕에 흰색이 덧칠된 날개 형상의 물체가 보인다. 김정은이 바라보는 테이블 위에 놓은 물체는 무인기에 쓰이는 엔진으로 분석된다. 1501부대는 첨단군사장비 제작을 지휘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오른쪽 사진은 경기 파주시에서 발견된 무인기. 북한 조선중앙TV 화면 캡처·동아일보 DB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해 3월 1501부대를 방문했을 때 찍힌 사진에서 최근 발견된 북한 무인기 날개와 비슷한 물체가 등장했던 것으로 드러나 군 당국이 분석 중인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사진의 왼쪽 하단에는 하늘색 바탕에 흰색이 덧칠된 날개 형상의 물체가 보인다. 김정은이 바라보는 테이블 위에 놓은 물체는 무인기에 쓰이는 엔진으로 분석된다. 1501부대는 첨단군사장비 제작을 지휘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오른쪽 사진은 경기 파주시에서 발견된 무인기. 북한 조선중앙TV 화면 캡처·동아일보 DB
북한이 14일 저녁 국방위원회 명의의 진상공개장을 통해 한국 정부의 무인기 중간조사 결과를 ‘짜 맞추기식 수사’ ‘천안함에 이은 제2의 모략극’이라고 비난했다. A4용지 9장 분량의 이 문서에서 북한은 정부의 발표를 나름 반박하며 한국에 공동조사까지 ‘대범하게’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은 기초적 사실을 교묘히 왜곡했다. 자신들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내용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 사건 때 괴담과 유언비어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남남 갈등이 극대화된 전례를 반복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 북한의 교묘한 왜곡과 과장, 그리고 억지

북한은 한국 국방부가 과학적 물증도 없이 서해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기의 이륙 지점이 ‘황해남도 온천비행장’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 무인기의 이륙 지점에 대해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일부 한국 언론의 추정 보도를 마치 국방부의 공식 발표인 것처럼 왜곡한 것이다.

또 북한은 한국 국방부가 무인기의 기체에 송수신장치가 없었다고 했다가 이후 꼬리 부분에 달려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한국 국방부가 무인기 주요 부품 같은 주요 사실을 번복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국방부는 사태 초기부터 중간조사 결과 발표 때까지 무인기에는 촬영한 사진을 전송할 수 있는 송수신장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북한이 언급한 송수신장치는 1∼2km 떨어진 곳에서 비행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장치로 국방부는 이 장치의 탑재 사실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은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의 배터리 겉면에 표기된 ‘기용날자’에서 ‘기용’이란 단어는 북한에서 쓰지 않는 표현으로 조선말 대사전에 그 해석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선말 대사전에는 ‘기용’을 ‘1. (사람을) 높은 직위에 올려 쓰는 것 2. 철직 또는 휴직된 사람을 다시 일정한 직위에 올려 쓰는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반면 날짜의 북한식 표기인 ‘날자’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유력한 증거에 대해선 의도적으로 발뺌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12kg 무인기가 5kg의 연료를 싣고 뜰 수 없다’ ‘무인기에서 발견된 글자의 서체가 남한 서체다’라는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의 주장을 인용하며 한국 정부의 조작 음모설을 제기했다.

○ 청와대, “범죄 피의자에게 수사 시키는 것 봤나”


북한의 무인기 사건 공동조사 제의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북한의 공동조사 요구에 대해 “범죄 피의자에게 범죄 수사의 증거를 조사시키는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소행임을 밝힐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한마디로 재고할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적반하장 행태의 저급한 대남 심리전에 대해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해 3월 24일 1501부대를 방문했을 때 최근 파주와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의 날개와 유사한 물체가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조선중앙TV 등이 보도한 김정은 부대 시찰 사진 속 좌측 하단에서 하늘색 바탕에 흰색이 덧칠된 날개 형상의 물체가 포착된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해당 물체의 형태와 색깔, 꺾인 각도가 파주 추락 무인기와 거의 일치한다”며 “해당 사진을 입수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이재명·윤완준 기자
#북한#무인기#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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