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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을 흠뻑 적시는 서라운드 음악 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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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을 흠뻑 적시는 서라운드 음악 폭우

동아일보입력 2014-04-04 03:00수정 2014-04-0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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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5.1채널 앨범 ‘타임머신’ 낸 델리스파이스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의 벚나무 아래 선 ‘델리스파이스’. 왼쪽부터 서상준(드럼·객원 멤버), 김민규(보컬, 기타), 윤준호(베이스기타). 11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타임머신’ 발매 기념 공연에서 만날 수 있다. 음반 포함 4만8000원. 02-336-4146 뮤직커밸 제공
밴드 델리스파이스의 음악은 호출 같다.

영롱하게 출렁이는 전기기타 음향, 덤덤히 음계를 오르내리는 단순한 멜로디의 반복만으로도, 이들 음악은 수면 위 파문처럼 청자의 마음에서 뭔가를 간절히 불러낸다. 초기 히트 곡 ‘챠우챠우(너의 목소리가 들려)’(1997년)나 영화 ‘클래식’과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도 삽입된 ‘고백’(2001년)이 그렇다.

이게 델리스파이스의 전부는 아니다. ‘전기기타를 들다’와 ‘긴 머리로 헤비메탈을 연주한다’가 동의어에 가깝던 1990년대 중반 국내 음악계에 처음 모던 록 바람을 불러일으킨 게 델리다. 해외 밴드 U2나 R.E.M., 스미스처럼 찰랑대는 전기기타 소리에 세련된 팝이나 가요 같은 멜로디, 전자음까지 결합한 이들의 음악은 정체돼 있던 당시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충격적 첨단이고 폭발이었다. 이들의 등장 이후 ‘델리형 인디밴드’가 수백 개 쏟아져 나왔고 서울 홍익대 앞은 모던 록 밴드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1995년 결성된 20년차 밴드 델리스파이스가 또 한 번 폭발을 준비했다. 11일 국내 최초로 5.1채널 서라운드 음향(중앙, 왼쪽, 오른쪽, 후면의 왼쪽 오른쪽에 5개의 스피커를 두고 저음에 특화된 1대의 스피커를 더해 구현한 입체 음향)으로 제작된 신곡을 발표한다. 생짜 로큰롤 ‘블랙 나이트’,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밝은 곡 ‘너와 나의 드로리안’이다. 일반적인 스테레오 버전으로만 녹음된 신곡 ‘태양을 맞으러’까지 담긴 새 앨범 제목은 ‘타임머신’. 7집(2011년)에 실린 ‘오픈 유어 아이즈’도 5.1채널로 다시 믹스돼 수록됐다.

“10년 전쯤 공포 영화 ‘엑소시스트’(1973년)를 서라운드 음향이 지원되는 홈 시어터로 봤어요. 악령이 나타나는 장면보다 무서웠던 대목이, 정적을 깨는 전화벨 소리가 제 왼쪽 뒤편에서 울릴 때였어요. 이런 효과를 음악에서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처음 품었던 순간이죠.” (김민규·보컬, 기타)

CD를 재생하면 드럼 베이스기타 전기기타 소리가 사방팔방에서 고막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델리스파이스는 2012년부터 세 차례 라이브 무대에서 5.1채널 실험을 했다. “더 많은 스피커로 들었을 때 다른 감동을 준다는 걸 몸으로 확인했죠. 음악은 왼쪽과 오른쪽, 두 개의 채널로 충분하다는 건 편견일 수 있어요. 3D 영화를 애들 장난으로만 생각했다면 영화 ‘그래비티’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요.”(김민규)

밴드는 먼저 일반 스튜디오에서 악기 소리들을 녹음한 뒤, 이 음원을 특수 스튜디오에서 6개의 채널로 재분배해 섞었다. 5.1채널 믹스가 유일하게 가능한 곳을 수소문해 경기 고양시 일산의 차세대음향산업지원센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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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타임머신’의 주제는 시간여행이다. 수록곡 ‘너와 나의 드로리안’의 드로리안은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나오는 승용차형 타임머신의 이름. “우리가 처음 음악을 시작했던 90년대 중반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이 요즘 자주 들어요. 인디 음악계가 펄떡이며 피어나던 그때, ‘우리들 중 누군가는 너바나처럼 될지도 몰라’ ‘내일은 또 어떤 신선한 밴드가 나올까’ 하는 꿈을 꾸며 홍대 앞을 걸었죠.”(윤준호·베이스기타)

“문화가 꽃피던 홍대 앞은 술과 상업, 어른이 장악했고, 신인 밴드는 가창력과 연주력을 기준으로 즉석 판단돼 내쳐지죠. TV 오디션 프로처럼 우리 사회는 보이거나 안 보이는 미세먼지로 가득해요. 우린 모두 여기서 탈출하고 싶어하는지 몰라요.”(김민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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