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여자 되겠다는 아버지 말려주세요” 아들의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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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아버지때문에 가족 고통” 성별정정 반대… 법원도 “불허”

올해 스무 살이 된 A 씨는 최근 따로 사는 아버지 B 씨(52)와 관련된 편지를 받았다. 그 안엔 아버지가 성(性)을 여성으로 바꾸는 데 동의해 달라는 성별 정정 동의 서류가 들어 있었다. A 씨는 순간 잊고 싶은 사춘기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대기업에 다니던 아버지는 성 정체성을 숨긴 채 결혼했다. 결혼 후 A 씨를 낳은 뒤 그 사실이 드러나자 2002년 A 씨의 어머니(48)와 이혼했다. 당시 여덟 살이었던 A 씨는 경제 사정을 고려해 아버지에게 맡겨졌다.

아버지는 이혼 후 유방수술을 시작으로 얼굴성형, 성대수술에 이어 성기 제거수술까지 했다. 가슴이 생기고 목소리가 변하고, 얼굴이 여성처럼 달라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A 씨는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가 성전환 수술을 위해 태국에 간 한 달 동안 혼자 방치되기도 했다. 아버지는 좋아하는 남성을 집에 데려온 적도 있었다. 더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어머니는 A 씨가 고교 2학년일 때 데리고 와서 함께 살았다.

그러다 아버지는 A 씨가 성인이 되자 아들에게 성전환 동의서를 요구한 것. 인천지법 가사 5단독 이내주 부장판사는 아버지 B 씨가 낸 성별 정정 신청을 기각했다고 3일 밝혔다. 성소수자의 행복보다 부모로서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재판부는 “가족에게 성별 정정 동의 여부를 확인했으나 A 씨가 ‘아버지를 말려 달라’고 호소하는 등 가족 모두가 동의하지 않아 불허했다”고 밝혔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성전환#성별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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