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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칼럼]일본인의 유전자, 아베의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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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칼럼]일본인의 유전자, 아베의 DNA

동아일보입력 2014-03-26 03:00수정 2014-03-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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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전 이주한 한국인이 현대 일본인의 조상”
고고학 분자생물학 연구결과 아베의 역사 DNA는
총리 지낸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의 깊은 영향
근대사의 불화에 한일관계 매몰돼선 안돼
황호택 논설주간 채널A 시사프로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진행
미국의 문명사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퓰리처상 수상작인 ‘총, 균, 쇠’의 개정증보판(2003년)에 ‘일본인은 어디서 왔는가’라는 논문을 추가 수록했다. 다이아몬드는 이 논문에서 야요이 시대(BC 300∼AD 300년)에 선진 농업기술을 갖고 이주한 한국인이 오늘날 일본인의 조상이라는 논지를 편다. 규슈는 한국보다 따뜻하고 강수량이 많아 벼농사를 짓기에 적합한 환경이었다. 한국의 쌀 생산 이민자들이 일본의 토착인종인 조몬인을 압도할 만큼 많이 왔거나, 이주 한국인들이 벼농사에서 나오는 풍부한 식량을 기반으로 다산(多産)을 했다는 것이다.

고대 일본인들에 대한 DNA 분석 연구를 기반으로 다이아몬드는 이주 한국인은 현대 일본인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논증한다. 반면에 일본인들은 토착 수렵채집민(조몬인)이 점차 현대 일본인으로 진화했다는 학설을 선호한다. 그래야 일본인이 최소 1만2000년간 독자성을 지켜왔다는 역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는 고고학 분자생물학 인류학 언어학 등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인과 일본인은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 형제와 같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오랜 역사에서 적대적 관계가 깊었기 때문에 두 나라 어느 쪽에서도 인기를 끌 만한 학설은 아니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편’에서 이 논문을 인용하며 “일본인이 기분 나빠할 것도 아니고 한국인들이 우쭐할 것도 아니다.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인은 더는 한국인이 아니고 신천지에서 운명을 개척하며 동화한 사람들”이라고 해석한다.

일본의 선조가 한반도를 경유해서 유래했다는 연구도 일본에서 잇따라 나온 바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외모도 비슷하지만 유전자의 차이도 거의 없다. 일본에서 한류 스타들이 인기를 끌고 김치와 막걸리가 인기인 것이 그냥 생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중동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은 DNA만 놓고 보면 차이가 없다. 두 인종의 차이는 종교, 정치·경제제도, 문화, 교육에서 비롯된다. 국경을 접한 나라 사이에서는 DNA의 교류가 빈번히 일어나지만 오늘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보듯이 역사적으로 관계가 좋은 경우는 거의 없다.

현대 일본인들에게 야요이 시대에 도래한 조상의 이야기는 인류의 조상이 머리 좋은 원숭이였다는 것만큼이나 멀고먼 설화일 것이다. 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현세대의 할아버지 아버지, 즉 근대를 산 일본인들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흔히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1896∼1987)의 DNA를 계승했다고 일컬어진다. 기시는 메이지 유신의 양대 무대 중 하나인 야마구치 현에서 태어났다.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경험하며 근대 일본을 이끌어간다는 자부심을 가졌다. 그는 관료가 돼서 만주국의 고관을 지냈다. 일본에 돌아온 뒤에는 각료가 됐고 도조 히데키 내각에서 태평양전쟁 개전에 서명했다. 그 때문에 전쟁이 끝난 뒤 A급 전범으로 체포됐으나 재판을 받지 않고 석방돼 총리대신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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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에게 일제 침략에 관한 역사인식이 희미한 것은 외할아버지의 영광을 퇴색시키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외할아버지 때문에 아베는 A급 전범들의 위패가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시 전 총리는 패전 후 한일관계의 복원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지만 아베 총리는 이 점에서도 외할아버지에게 못 미친다.

이근관 서울대 교수(국제법)는 한일관계를 ‘시시포스의 도로(徒勞·헛수고)’에 비유한다. 열심히 노력해 산 정상에 바위를 올려놓는 순간 망언이 터져 나오고 독도나 과거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바위가 다시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근대사의 불행한 유산 속에서 양국이 고대에 쌓아올렸던 유대는 의미를 찾기 힘들다. 요즘 일본에서 한류 드라마도 방영이 중단되고 한류 팬도 줄어들고 있다. 아베 시대에 한일관계는 최악의 지대에 들어섰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아베와 마주 앉은 박근혜 대통령도 심사가 편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동북아의 격랑 속에서 한국과 일본은 안보를 비롯해 협력해 나가야 할 분야가 많다. 두 나라는 가까운 과거의 불화에 매몰되지 않고 시시포스의 도로를 극복해나갈 필요가 있다.

황호택 논설주간 채널A 시사프로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진행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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