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진태 검찰총장 간부회의서 漢詩 인용… 간첩 증거조작 ‘저마다 주장’ 착잡함 토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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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노릇 어려운 4월이어라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기다리네”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김진태 검찰총장이 12일 오전 대검찰청 간부회의에서 갑자기 이렇게 말하고는 한시를 읊기 시작했다.

‘주천난주사월천(做天難做四月天)/잠요온화맥요한(蠶要溫和麥要寒)/출문망청농망우(出門望晴農望雨)/채상낭자망음천(採桑娘子望陰天).’

불교와 한학에 밝아 한시를 자주 입에 올리는 김 총장이지만, 대검 간부들은 잘 들어보지 못한 시여서 의아했다. 김 총장은 곧바로 뜻을 풀어줬다.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며/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

김 총장이 읊은 한시는 대만의 저명 학자 난화이진(南懷瑾·1918∼2012) 선생이 자신의 저작 ‘논어별재(論語別裁)’에 실어 놓은 시. 중국 농민들 사이에 불리던 옛 농요를 가다듬은 시다. 김 총장은 이 시를 소개하며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지만 농사에는 비가 와야 하고 게다가 뽕잎 따는 아가씨는 구름이 껴야 얼굴이 타지 않는다”며 “하나의 하늘을 두고 이렇듯 요구하는 것이 다른 것처럼 각자 자기 입장에 따라 바라는 것과 생각하는 게 다 다르다. 그게 사람이고 인생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11일 주례간부회의 때에는 “달새의 머리는 온통 달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고, 비새의 생각은 온통 다음번 비가 언제쯤 내릴까 하는 것”이라는 인도의 영적 시인 카비르의 시도 인용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 사건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취임 100일을 맞은 김 총장은 이번 사건으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수사는 엄정하게 하면서도 국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지금은 증거조작에 따른 비난의 화살이 국가정보원 쪽으로 향하고 있지만 증거자료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검찰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국정원 댓글 사건을 둘러싼 항명 파동 등이 잇따라 터져 나오다 이제 겨우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검찰이 또 흔들릴까 봐 우려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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