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타다 준노스케,첫 외국인 본상 수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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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대 제정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안톤 체호프의 원작 희곡을 1930년대 조선으로 옮겨온 연극 ‘가모메’. 타다 준노스케 연출은 “한국인이 쓴 희곡과 일본인의 연출이 때로 함께 흐르다 때로 충돌하게 해 관객의 다양한 해석과 반응을 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1890년대 제정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안톤 체호프의 원작 희곡을 1930년대 조선으로 옮겨온 연극 ‘가모메’. 타다 준노스케 연출은 “한국인이 쓴 희곡과 일본인의 연출이 때로 함께 흐르다 때로 충돌하게 해 관객의 다양한 해석과 반응을 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연극인 사이에 논란이 적지 않을 겁니다.”

“연극에는 국경이 없어요. 장벽을 허물 때입니다.”

제50회 동아연극상 최종 심사 회의는 길고 격렬했다. 2시간 넘도록 연출상을 놓고 찬반 논의가 이어졌다. 두 차례 휴회를 가진 뒤 심사위원들은 “동아연극상 최초로 외국인 본상 수상자를 선정한다”고 합의했다. 1981년 미국인 마거릿 모어 씨가 특별상을 받았지만 본상은 처음이다.

주인공은 두산아트센터가 제작한 ‘가모메·カルメギ’의 타다 준노스케(多田淳之介·37) 연출. ‘가모메’는 극단 드림플레이(국립극단 공동제작)의 ‘알리바이 연대기’와 함께 작품상 수상작에도 선정됐다. ‘가모메’는 시청각디자인상(박상봉), ‘알리바이 연대기’는 희곡상(김재엽)과 남자연기상(남명렬)도 받아 두 작품 모두 3관왕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상 수상작은 없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38편으로 지난해보다 5편 늘었다. 심사위원들은 “공연이 양적으로 늘어났지만 질적으로 눈에 확 띄는 연극은 줄었다”며 “한정된 인력이 여러 공연을 소화하면서 집중도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모메’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1930년대 후반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 삼아 재구성한 이야기다. 극단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의 성기웅 대표(39)가 각색해 한국 배우 8명과 일본 배우 4명이 함께 공연했다. “원작을 파격적으로 변형시키면서 명확한 콘셉트를 전달해 우리 연극계에 경종을 울렸다. 폭넓은 시야로 미묘한 한일관계 해석에 대한 오해의 여지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알리바이 연대기’의 김재엽 연출(40)은 9년 전 부친의 죽음을 계기로 희곡을 썼다. 1930년생 주인공이 광복 이후 격동의 세월을 ‘거기 있으면서 거기 없는 것처럼’ 살아 낸 이야기다.

20년 전 데뷔한 이래 꾸준히 중요 배역을 맡았지만 동아연극상과 인연이 없었던 남명렬 씨(54)는 “도드라지지 않으면서 극 전체를 지지하고 보완했다”는 평으로 첫 연기상을 안았다. ‘혜경궁 홍씨’의 김소희 씨(43)는 2005년 신인연기상, 2008년 연기상에 이어 세 번째 수상. 심사위원들은 “김소희의, 김소희에 의한, 김소희를 위한 연극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시청각디자인상 수상자인 박상봉 씨(34)는 ‘가모메’ 외에도 ‘천 개의 눈’, ‘공포’에서 공연장 동선 효율을 극대화한 ‘덜어 냄의 미학’을 선보였다. 새개념연극상은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사) 공간을 독특하게 해석해 낸 ‘오래된 이별’의 김민정 연출(41)에게 돌아갔다. 2년 전 이 상을 탄 김현탁 연출(45)은 ‘혈맥’으로 이번엔 신인연출상을 수상했다.

유인촌신인연기상은 ‘나는 나의 아내다’의 지현준 씨(35)와 ‘여기가 집이다’의 백지원 씨(39)가 차지했다. 두 배우 모두 “선배 연기자들의 연기에 안정적으로 반응하면서 독특한 질감을 보여 줬다”는 평을 들었다.

특별상은 1965년 제2회 동아연극상 대상 수상작 ‘토끼와 포수’의 극작가인 박조열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83)가 받는다. 시상식은 내년 1월 27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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