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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확실하게 봐두게, 이것이 경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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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확실하게 봐두게, 이것이 경영이네”

동아일보입력 2013-12-07 03:00수정 2013-12-0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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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신’ 이나모리 회장, 쫄딱 망한 JAL 살리기 1155일간 기록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간의 투쟁
오니시 야스유키 지음·송소영 옮김/272쪽·1만5000원/한빛비즈
팔순을 앞둔 나이에 일본의 민간기업으로 최대 파산의 위기에 몰린 일본항공(JAL)의 구원투수로 투입돼 1년 만에 흑자, 2년 만에 역대 최대 흑자, 2년6개월 만에 증시재상장의 신화를 쓰고 회사를 떠난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 교세라그룹 명예회장. ‘경영의 신’이란 별호가 괜히 붙은 게 아님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게티 이미지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때 우리는 100일 정성의 기도를 한다. 과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우리 몸은 약 100일이면 전부 새 세포로 바뀐다. 그래서 100일이면 모든 세포와 의식이 간절히 원하던, 정성이 깃든 새 것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런데 거대한 조직체의 의식과 구조를 바꾸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1000일이다. 구성원의 생각을 바꾸는 100일과 그 의식이 각 조직과 구조로 파고들어 가는 데 10배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세라 그룹의 창립자인 이나모리 가즈오는 회생 불능이라고 판명된 일본항공(JAL)을 살려내는 데 1155일을 쓴 것이 아닐까? 이 책은 그 1000일 정성의 생생한 보고서다.

2010년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JAL의 파산 당시 JAL이 안고 있던 부채총액은 한화로 약 20조5000억 원으로 일반 기업으로서는 최대의 파산이었다. 하지만 ‘경영의 신’으로까지 불렸지만 일선에서 은퇴한 이나모리(당시 78세)가 단 세 명의 측근만 데리고 구원투수로 투입되고 13개월 후인 2011년 3월 결산 때 JAL의 영업이익은 약 1800억 엔으로 갱생계획 목표액보다 약 1200억 엔이나 웃돌았다. 2012년 3월 결산에는 2049억 엔으로 과거 최고액을 경신했다. 2012년 9월에는 파산 2년 8개월 만의 도쿄증권거래소 재상장이라는 최단 기록을 세웠다. 두말할 여지가 없는 ‘V자 회복’이었다. 과연 무엇이 이것을 가능케 했을까?

가장 중요한 첫째 노력은 ‘사원 행복 추구’라는 이나모리의 기본 철학이 JAL에 전파된 것이다. 기장조합 승무원조합 등 급진적인 8개 노동조합과의 노사 대립 역사를 가지고 있는 회사의 조직원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주주를 위해서도, 관재인(파산 기업의 재산관리인)을 위해서도 아닙니다. ‘전 직원의 물심양면에 걸친 행복 추구’입니다. 경영의 목표는 이것 하나로 승화해서 JAL 재건에 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경영정보를 모든 사원에게 공개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3만2000명의 남아 있던 직원과 경영자들은 한마음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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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기본적인 소양 교육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게” “거짓말을 하지 말게” “다른 사람을 속여서는 안 되네”라는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나올 법한 이야기들을 이나모리는 계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런데 그는 ‘거짓말을 하지 마라’라고 말한 뒤에 반드시 이렇게 덧붙였다. “이번 달에 계상(計上)해야 할 비용을 다음 달로 넘겨 문제를 미뤄두거나, 실제로는 경쟁사에 고객을 다 빼앗겨 놓고 ‘경기가 안 좋아서’라고 보고를 합니다. 비즈니스맨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은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늘 거짓말을 하는 조직원들이 어떻게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런 당연한 것들을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내 부정이 횡행하고 실적이 떨어진 것이다. 도덕성의 기본 교육은 JAL의 문화를 바꾸어냈다.

셋째, 특유의 ‘아메바 경영’으로 JAL의 3만 명을 10명씩 팀으로 나눠서 월말에는 그 팀의 승패를 확실히 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단세포 생물체를 의미하는 아메바 경영은 조직을 아주 작은 단위로 나누고 그 단위의 수지를 계산해 흑자와 적자를 구별하는 경영기법이다. 아메바 경영을 실행하고 나자 조종사가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고 자기 전용 컵을 가지고 다니고, 정비사는 지금까지 버려온 기름때가 묻은 장갑을 빨아서 다시 사용하면서 모두가 경영수지 개선에 동참했다. 그리고 ‘나도 JAL의 재건에 공헌했다’는 실감을 느끼며 ‘사원 전원이 경영자’라는 의식이 생겨난 것이다.

또 아메바 경영을 통해 전표 쓰는 법이나 회의를 진행하는 방법과 같이 실제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고, 세세한 업무부터 바꿔가다 보니 JAL 직원의 업무 자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대략적인 중기계획밖에 세우지 못했던 회사가 부문별 날짜별로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고, 자신이 오늘 회사 이익에 공헌했는지 아니면 적자를 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JAL에서는 예전에는 2개월이나 걸렸던 국제선의 편당 수지를 지금은 나흘이면 알 수 있게 되었다. 아메바 경영을 통해 모두가 숫자를 보는 경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서진영 경영학 박사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2만 명 가까운 인원 감축을 시행한 후에 남은 3만2000명의 직원을 지켜내는 것 △일본 항공업계 대기업이 ANA 하나만 남아 건전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독점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는 것 △JAL 재생 실패가 줄 일본 경제에의 악영향을 막아내는 것. 이 세 가지 대의를 가지고 JAL의 재건을 맡았던 이나모리는 “3년간 전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뒤 올해 3월 표표히 회사를 떠났다. 경영자 한 명의 철학이 얼마나 큰일을 이뤄낼 수 있는지를 여보란 듯 보여주고.

서진영 경영학 박사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간의 투쟁#경영#J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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