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한국의 무기 베끼기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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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 K1전차-해성미사일 사례 들어… “기술도용 의구심… 美수출 악영향”
한국관계자 “합법적 기술이전”

한국이 미국의 무기 기술을 베껴 방위산업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은 한국의 무기 모방을 막고 기밀이 새 나가지 않도록 ‘한국 감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28일 ‘한국은 미국의 군사 기밀을 훔쳤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대함 미사일, 전자전(戰) 장비, 어뢰, 다연장로켓 시스템, 이지스함 부품 등에서 미국 무기를 모방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미국 정부가 조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FP 보도에 따르면 한국 주력 전차 K1은 미국 에이브럼스 전차를 베낀 뒤 강을 건너는 기술을 추가했다. 또 K1 전차 개량형인 K1A1 전차의 사격통제장치도 미국의 기술을 도용한 것으로 보이며, 한국 대함 미사일 ‘해성’은 미국의 대함미사일 ‘하푼’과 유사하다고 FP는 전했다.

FP는 “미국 무기 베끼기로 한국의 무기산업이 크게 성장했고, 시장점유율도 높아져 국제적인 명성을 쌓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내에서는 한국 때문에 미국의 무기산업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전직 미국 관리는 FP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군사 기술 습득에 매우 공격적”이라며 “한국이 미국의 군사 기밀을 훔쳤는지는 모르지만, 한국은 가능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스 매코믹 국방기술보안국(DTSA) 국장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한 군사 기술은 미국이 허용한 목적에 맞게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과 긴밀한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FP는 한국의 무기 모방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한국의 차기전투기(FX) 사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이 스텔스 전투기인 F-35 구매뿐만 아니라 스텔스 기술 자체에도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에 엄격한 기술 보안을 요구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한국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기술 이전을 받고 있으며, 그런 기술도 다른 나라에 유출시키지 않고 잘 보호해 가고 있다”며 FP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외국 전문가들은 한국이 조만간 무기 수출 강국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시몬 베제만 연구원은 FP에 “한국이 수년 안에 이스라엘 독일 프랑스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용 kky@donga.com·손영일 기자
#미국#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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