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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하 교수 “위안부 강제동원 법적 책임, 인신매매 업자에 먼저 물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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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하 교수 “위안부 강제동원 법적 책임, 인신매매 업자에 먼저 물었어야”

동아닷컴입력 2013-08-23 14:45수정 2013-08-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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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우리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제공하는 정보를 중심으로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지만 그것이 모두 옳은 건 아니다. 위안부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20년 동안 변함없이 이어져 온다면 운동 방식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외 연구자들이 보지 못했거나 묵과해온 문제를 제기해야 동아시아 분열을 극복하겠다 싶었다.”

박유하(56)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2005년 저서 ‘화해를 위해서 : 교과서·위안부·야스쿠니·독도’를 낸 바 있다. 당시 그는 ‘위안부 문제는 왜 10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란 물음으로 글을 시작하면서 ‘일본의 사죄와 보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더 악화한 지금 ‘제국의 위안부 : 식민지 지배와 기억의 투쟁’을 펴낸 그는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야 한다는 학자로서의 책임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한국인의 보편적인 반일정서에는 맞지 않은 측면도 있어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박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와 와세다대 대학원에서 일본문학을 전공하고, 나쓰메 소세키가 민족주의와 제국주의에 영합했던 측면이 있다는 내용의 박사학위 논문을 쓴 뒤 민족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관심을 이어왔다. 이후 문학, 역사, 사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갈등 치유를 위한 연구와 활동에 집중했다.

일본의 2차 위안부 사과 시도 결렬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계기로 위안부 사안을 문제시했고, 2012년 3월 일본 정부에 ‘인도적 조치를 하라’고 제의했다. 하지만 정대협이 이를 비난하자 한 발 물러났다. 게다가 그해 5월 일본 정부가 ‘일본 수상의 사과 등을 골자로 하는 인도적 사과 조치’를 제안했지만 우리 정부가 거부했다. 이를 지켜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 우리 사회의 위안부 문제론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가 안타까워한 이유는 이것이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2차 사과 시도’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1995년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국민기금)이라는 ‘1차 사과 시도’마저 정대협이 그 의미를 퇴색시켰다고 설명한다. 그는 “정대협 중심의 담론에서 벗어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정대협은 위안부를 여성 인권문제로 확대해 세계적 관심을 환기시킨 공이 크다. 하지만 “조선인 위안부를 ‘제국 속 위안부’가 아닌 단순한 피해자로 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조선인 위안부가 일본제국 안에서 ‘일본인’으로서 모집됐고, 그들이 일본인의 대체 구실을 했다는 점을 읽지 못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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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정대협은 사실상 위안부에 관한 유일무이한 정보 제공자다. 언론은 취재할 영역이 많은데도 정대협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를 써왔다. ‘강제로 끌려가 성노예가 된 20만 명의 소녀’라는 위안부에 대한 상식은 정대협이 만들었다. 문제는 정대협이 그동안 제공한 정보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안 뒤에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정대협이 초기에 근로정신대를 위안부로 오해했다고 지적한다. 정신대로 불리는 근로정신대는 국민동원법으로 학교 등을 통해 동원된 12세 이상 여성들로, 부족한 노동력을 채웠다. 반면 위안부는 대부분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20~25세 여성으로, 조선인 혹은 일본인 업자에게 속아서 간 것이다. 그런데 위안부를 정신대로 착각해 군이 연행한 것처럼 알려졌고, 그 수도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그는 “정대협이 일본 정부에 강제 동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위안부들을 인신매매하거나 납치한 업자들의 잘못부터 묻고 우리 스스로가 반성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갔다고 하는 위안부도 소수 있다. 하지만 위안부 대부분을 위안소에 데려가 폭행으로 다스린 것은 업주들이다. 그러니 강제 연행에 대한 ‘법적’ 책임이 일본 국가에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위안부보다 고령인 업자들을 찾아내 처벌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박 교수는 “일본 정부가 그런 개인들의 범죄와 함께 사회 구조적 강제성을 만든 주체로서의 죄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있다”면서 그 해결책으로 ‘도의적 책임’으로서의 사과를 제안한다.

한편 박 교수는 “정대협이 일본 정부의 사과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조선인 위안부 피해 사실이 처음 알려진 뒤 그다음 해 일본군의 관여가 확인되는 자료가 발견됐다. 이후 일본 정부는 92년과 93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93년 일본의 간접적 강제성에 대해 총체적 책임을 지겠다고 한 고노담화로 사과를 표명했으며, 95년에는 국민기금으로 사죄를 시도했지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을 정교하게 이해해야 문제 풀려

“정대협은 국민기금을 ‘민간 보상금’으로 판단해 기금뿐 아니라, 기금을 받은 사람들까지 비난했다. 하지만 국민기금은 일본 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이를 받은 한국 위안부 피해자는 61명이고, 현재도 그들 가운데 일부는 매년 복지 혜택을 받지만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정대협이 정보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알리는 것은 “일본 정부로부터 국회 입법을 통한 국가배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파악한다. 하지만 박 교수는 “정대협이 원하는 사과를 받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려면 일본 국회의원 상당수가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연행했다는 것에 동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고노담화에서도 군의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한 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입법은 불가능하다. 또한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과거가 청산됐다고 본다. 일본 정부가 도의적인 사과를 최선으로 여기는 것도 그래서다.”

그는 “정대협이 주장하는 법적 책임보다 도의적 책임이 더 강한 것일 수 있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이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라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일본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박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본을 정교하게 이해해야 한다”면서 2000년 도쿄 여성국제전범재판에서 일왕에 대해 성노예제도 유지에 따른 유죄 판결을 내린 뒤 거세진 반한 감정에 주목한다. 그는 “우리의 위안부 운동을 지원한 이들 상당수가 일본 사회의 개혁을 꿈꾸는 진보좌파”라며 “그들이 위안부 문제를 일왕제와 연결 지어 해결하려고 했지만, 일본인에게 일왕은 곧 문화이기 때문에 역효과를 낳았다”고 비판한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이 사과를 안 했다고 여긴 채 세상을 뜨고 있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다. 정대협은 당사자들의 뜻을 존중하고 있을 뿐이라는데, 어디까지가 당사자의 생각인가. 물론 일본 정부로부터 새롭게 사과를 받고 남은 보상 조치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입법적 차원에서 사죄를 바랄 것인가. 한국을 좋아하던 일본인조차 정대협을 비판하며 반한 감정을 키우고 있지 않은가.”

박 교수의 주장에 대해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그는 일본의 양심 있는 지식인조차 취급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한편 윤정옥 전 정대협 대표는 “박 교수가 일본 우익의 흐름에 맞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우려했다.

“정대협이 초기에 위안부 대신 정신대라는 용어를 쓴 것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위안부 용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지, 위안부를 근로정신대로 착각해서가 아니다. 또한 요시미 요시아키의 ‘군위안부’를 보면‘1941년 만주에서 관동특별연습 때 군이 조선총독부에 조선인 위안부 2만 명을 요구하자 8000명이 왔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총독부의 지시가 도, 군, 읍, 면으로 내려와 면서기나 업자 등이 위안부를 동원한 것인데, 이것이 강제 동원이 아니고 뭔가. 그리고 국민기금은 일본 국민이 낸 적선금일 뿐이다. 국민기금과 함께 건넨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의 사과편지는 총리가 개인 자격으로 쓴 것이므로 국가적 사과가 아니다. 우리는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고 싶다.”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3년 8월 27일자 9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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