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피곤하고 우울한 남성갱년기… “살부터 빼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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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이상 남성 28.4%가 증상 보여

중소기업 간부 정연석(가명·56) 씨는 올봄부터 원인 모를 피로감과 우울한 기분이 겹치는 증상이 나타났다. 특히 더 곤욕스러웠던 것은 성욕 감퇴와 발기부전이 함께 생긴 점이었다. 그는 많은 업무량과 잦은 회식으로 운동은커녕 잠자는 시간도 모자란 형편이었다. 이러다 보니 부부 사이도 예전만 못해졌다. 견디다 못한 정 씨는 결국 비뇨기과 병원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정 씨를 진찰한 김세웅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형적인 ‘남성 갱년기’ 환자”라고 진단했다. 흔히 갱년기라고 하면 여성이 폐경 뒤 겪게 되는 신체적 변화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남성 건강 전문가들은 “남성도 갱년기로 고통 받을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입증돼 있다. 2010년 대한남성과학회가 전국 40대 이상 남성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갱년기를 겪고 있는 남성의 비율이 28.4%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 24.1% △50대 28.7% △60대 28.1% △70대 이상 44.4%로 나이가 들수록 갱년기 증상을 보이는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남성 갱년기 역시 여성 갱년기와 마찬가지로 호르몬 양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남성 호르몬의 대표 격인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감소가 가장 눈에 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의 고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성기를 성숙시키고 정자 형성을 촉진한다. 20대까지 체내 분비량이 늘어나다가 30세 이후부터 매년 1%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스토스테론의 정상수치는 혈액 샘플 1dL(데시리터)당 300∼1100ng(나노그램) 정도다. 따라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이 수준 이하로 떨어진다면 여러 가지 남성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40대 중반 이상의 남성이 정상 미만 수치에 해당된다. 이 밖에 비만 당뇨 고혈압 등의 질환과 불규칙한 생활습관, 음주, 흡연 등도 남성 갱년기를 촉진하는 원인으로 거론된다.

남성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상은 성기능 장애다. 발기가 제대로 안 되거나 사정량, 성적 쾌감이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심지어 성기의 크기가 줄어들거나 체모가 줄어들기도 한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테스토스테론 감소가 자리하고 있다.

또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우울감과 인지능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근육량이 줄고 체구가 비만형으로 변한다. 박민구 인제대 서울백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남성 갱년기는 단순히 노화 증상으로 간과되기 쉽다. 하지만 최근 이 증상이 대사증후군이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사증후군은 인슐린이 만들어지지 않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여러 성인병이 함께 나타나는 증상이다.

남성 갱년기 극복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역시 남성 호르몬 보충요법이다. 3∼6개월 동안 꾸준히 보충한 뒤 효과와 부작용 등을 의료진이 판단해 지속할지를 결정한다. 먹거나 피부에 바르거나 주사를 맞는 것 가운데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해 시행한다.

또 남성 갱년기를 극복하려면 반드시 체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비만은 테스토스테론 생산을 가로막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살이 찔수록 남성 호르몬 분비는 줄어든다”며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콩, 잡곡류 등 비타민E가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또 성기능 저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치료해야 한다. 박 교수는 “한국 남성들은 ‘부끄럽다’ ‘나이가 들면 당연하다’ ‘와이프가 원하지 않는다’는 등의 핑계로 비뇨기과 치료를 미루는 일이 많다. 간단한 검사와 처방만으로도 생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에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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