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대생 살해범은 클럽서 만난 20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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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갓길 뒤따라가 택시 합승 후 납치
성폭행하려다 살인… 렌터카로 시신 유기
용의자 지목 택시운전사가 단서 제공… 신고포상금 1000만원은 지급 않기로

대구 여대생 피살사건의 범인이 일주일 만에 검거됐다. 범인은 사건 당일 피해자가 클럽에서 만나 술을 마셨던 20대 남성이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조모 씨(24·무직)의 일행은 지난달 25일 새벽 대구 중구 삼덕동의 한 클럽에서 피해 여성 남모 씨(22) 일행 3명과 합석해 술을 마셨다. 오전 4시 20분경 술에 취한 남 씨가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타자 따라 나온 조 씨는 다른 택시를 타고 뒤를 쫓았다. 조 씨는 수성구의 한 네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남 씨의 택시 뒷좌석 문을 열고 “남자친구”라며 합승했다.

그는 택시 운전사를 안심시키려고 잠들어 있는 남 씨를 흔들어 깨우는 시늉도 했다. 조 씨는 택시 운전사에게 “북구 산격동으로 가 달라”며 목적지를 바꿨다. 택시에서 내린 조 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인 남 씨를 부축해 모텔로 들어갔지만 방이 없자 자신이 살고 있는 인근 원룸으로 향했다. 조 씨는 방 안에서 남 씨를 성폭행하려다 여의치 않자 살해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남 씨가 방 턱에 걸려 넘어져 피를 흘렸고 경찰에 신고할 것 같아 마구 때려서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오후 5시경 조 씨는 렌터카를 빌린 뒤 시신을 이불로 싸 트렁크에 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1시 50분경 경북 경주시 건천읍의 한 저수지에 버렸다. 렌터카를 빌릴 동안 시신은 자신의 집 화장실에 12시간 넘게 숨겨놓았다. 조 씨는 증거 인멸을 위해 남 씨의 소지품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렸다.

조 씨는 범행을 저지른 후에도 1일 새벽 태연히 남 씨를 만났던 클럽에서 놀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2011년 4월 울산 중구에서 미성년자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80시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명령 3년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었다. 조 씨는 성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인 ‘성범죄자 알림e’에 범죄 내용이 등록된 상태다. 그동안 별다른 직업 없이 저녁에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돈으로 생활해왔다.

조 씨는 검거된 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유치장에서 배달된 식사를 남기지 않고 먹고, 잠도 잘 자고 있다. 대구중부경찰서는 2일 조 씨에 대해 강간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가 성폭행이 없었다고 진술하지만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성폭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중”이라며 “그가 클럽에 자주 갔던 만큼 추가 범행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씨의 검거에는 남 씨를 태웠던 택시 운전사의 진술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경찰은 당초 택시 운전사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지난달 31일 택시 운전사 이모 씨(31)를 긴급체포했다. 클럽 골목 폐쇄회로(CC)TV에서 남 씨를 태우는 장면을 찾아낸 것이다.

그러나 이 씨는 경찰에서 조 씨와 남 씨를 내려 준 곳과 조 씨의 인상착의에 대해 자세히 진술했고 범인 체포에 결정적 단서가 됐다. 당초 경찰은 이 사건 제보에 1000만 원의 포상금을 내걸었지만 자발적 신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택시 운전사의 진술로 진범을 잡을 수 있었지만 포상금 지급 규정에 맞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채널A 영상]대구 여대생 살해 용의자 검거 “아동성범죄 전력”
#살인#대구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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