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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비운 朴대통령 “국정 100일 계획 세워라”

동아일보

입력 2013-03-06 03:00:00 수정 2013-03-06 10:28:54

■ 대국민담화 이어 野에 국정공백 압박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아무런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취임 후 두 번째다. 이명박 정부 때는 매주 화요일 국무회의가 열렸다. 취임 후 9일 동안 한 번도 국무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일정을 잡지 않은 건 전날 강경한 어조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야당을 향해 국정 공백에 대한 압박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남은 청와대와 정부직의 인선 작업을 계속하며 국회의 정부조직 개편 협상 과정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조직개편 여야 대치 이후 아직 민생탐방을 비롯한 대통령 외부 일정을 잡지 못하고 비공개 위주로만 일정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2월 임시국회가 정부조직 개편 처리에 실패한 채 종료되자 장기전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 박 대통령, 장기전 대비

박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담화 직후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 때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5일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새 정부는 식물정부가 된다”며 야당을 압박했지만 비공개 회의 때는 정부조직법 통과가 늦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청와대가 중심을 잡고 국정 운영을 차질 없이 준비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회의 때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특히 국정과제 진행상황에 대해 각 수석실의 보고를 받은 뒤 “국정과제 100일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회의에서 “부처별로 140개 국정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4월 국회 때 제출할 입법계획, 시행령 개정 사안, 4월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심의 사안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국정과제 100일 계획 수립을 지시한 건 각 부처 장관이 임명되기까지 국정을 방치할 경우 올 상반기 대부분의 국정과제를 실행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물가를 전반적으로 점검하면서 전셋값이 잡히지 않아 서민들의 피해가 크다는 부분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물가가 안 잡히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중앙보다는 지역이 어려움을 겪는다”며 소외계층에 신경 쓸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무총리실장을 서둘러 발표한 것도 국무총리 중심으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라는 의미”라면서 “국정은 청와대와 국무총리가 각 부처 차관과 함께 챙길 것이며 꼭 필요하다면 전 정부 장관들과도 국무회의 등을 열어 시급한 현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은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참여하는 상황점검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를 다시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기획수석실은 정부조직법과 관련한 시행령 작업을 거의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 박 대통령이 야당에 화난 진짜 이유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 개편안을 더이상 양보의 문제가 아닌 원칙의 문제로 여기고 있어 먼저 추가 양보안을 제시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한다. 정부조직 개편 정국이 장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에게 정부조직법은 대선 경선 때 오픈프라이머리 룰 논란과 같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 주자들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했을 때 선두주자가 양보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으나 그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당시 박 대통령은 경선 룰은 친이(친이명박)계가 5년 전 주장해서 만든 것인데, 자기네들이 불리하다고 룰을 수정하자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불통 논란을 감수하면서 원칙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조직법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대선 때 야당이 방송통신 융합을 함께 공약해놓고 이제 와서 어깃장을 놓고 있으며, 이는 정파적 이익 때문이지 국민을 위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론을 앞세워 야당을 누르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게 아니라 특유의 원칙과 신뢰의 문제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라며 “여론전을 의식했다면 민주당을 한밤중에 찾아가는 등 약자의 이미지를 형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정민·장원재 기자 dit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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