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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꼽은 문화재 5大 미해결 ‘콜드 케이스’

동아일보

입력 2013-03-06 03:00:00 수정 2013-03-06 10:41:04

《 ‘콜드 케이스(Cold Case)’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오랜 미해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길게는 수십 년 풀지 못하는 난제도 등장한다. 문화재도 콜드 케이스가 있다. 현재 기술로는 보존이나 복원이 불가능한 경우다. 그렇다고 포기했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도 많은 연구자가 해결책을 찾느라 애쓰고 있다. 문화재계 ‘CSI(과학수사대)’라 할 수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 산하 문화재보존과학센터(센터장 김용한)에 자문해 우리 문화재 5대 콜드 케이스를 뽑아봤다. 경주 석굴암처럼 너무 많이 알려진 사례는 제외했다. 》
글리세린 용액에 담긴 황남대총 비단벌레 장식 말안장 뒷가리개.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1] 황남대총 비단벌레 장식, 신비한 광채 보존법 못찾아… 40년째 수장고에

1973년 경북 경주시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비단벌레 장식 말안장 뒷가리개’는 최상급 콜드 케이스다. 40년째 뾰족한 보존처리 방법을 찾지 못하고 국립경주박물관 수장고에 잠들어 있다.

비단벌레 장식은 천연기념물인 비단벌레의 금빛과 초록빛이 섞인 날개로 만들어졌다. 비단벌레 날개는 은은한 광채가 아름다워 삼국시대부터 장식 재료로 사랑받았다. 일본에선 옥충(玉蟲)이라 불린다. 황남대총 말안장 장식도 비단벌레 1000마리 이상의 날개를 촘촘히 붙여 당대 최고의 공예품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 장식품이 빛에 노출되거나 건조해지면 색깔이 변한다는 점. 이 때문에 현재도 빛을 차단하고 글리세린 용액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2011년 딱 사흘만 전시할 때도 어두운 조명 아래 용액에 담긴 채였다. 보존과학센터 측은 “최근 옛 방식으로 비단벌레 장식품을 복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존책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개와 상부 일부만 복원된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구 유리병.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제공
[2] 미륵사지 석탑 유리병… 풍화돼 부서진 0.04mm 조각 복원길 막막

전북 익산시 미륵사지 석탑은 국보 제11호로 삼국시대 목탑에서 석탑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재다. 백제 말 무왕 대에 세워졌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이 때문에 석탑 사리장엄구(사리를 봉안하는 일체의 장치)에 들어있던 유리병도 백제 유리공예 기법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2009년 발굴 당시부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유리병은 처음부터 복원의 난제임이 직감됐던 케이스였다. 오랜 세월 공기 중 수분이 풍화작용을 일으켜 수백 개 조각으로 부서져 있었다. 특히 두께까지 얇아져 0.04mm에 이르는 파편도 상당했다.

보존과학센터는 영롱한 무지개 빛을 띠는 유리병을 복원하려 강화 처리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절반의 성공만 거두었다. 지금까지 원래 형태로 짐작되는 지지물 겉면에 마개와 상반신 일부분 정도만 복원했다. 워낙 얇아진 탓에 살짝만 압력을 받아도 부서지기 쉬워 접합 자체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화학반응으로 심하게 훼손된 조선왕조실록 밀랍본. 동아일보DB
[3] 조선왕조실록 밀랍본… 훼손 심한 10%, 밀랍 떼내는 방식 고민중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보관된 조선왕조실록(국보 제151호)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세계의 보물. 2124책으로 이뤄진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정수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실록의 약 10%에 해당하는 밀랍본(蜜蠟本)이 심하게 훼손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밀랍본이란 보존을 위해 벌집에서 추출한 ‘황랍’ 성분을 종이에 입힌 책. 고려 말∼조선 초에 유행했던 방식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로 화학반응을 일으켜 일부 서책은 종이가 눌어붙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오래도록 손상 원인을 찾지 못해 애태웠으나 조만간 해결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그간 강원대 제지공학과 조병묵 교수 연구팀과 함께 모조 밀랍본을 만들어 노화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실험을 거친 결과 성분 분석에 성공했다. 밀랍본 종이가 100% 닥나무 섬유로 만들어졌음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밀랍을 떼어내는 방식을 두고 다각도로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해 공기에 노출돼 흔적만 남은 송산리 6호분 사신도(백호).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4] 공주 송산리 6호분 사신도… 무지한 개방에 사라지는 형상 ‘백약무효’

충남 공주시 송산리에 있는 6호 고분의 백제시대 벽화 ‘사신도(四神圖)’는 희소성이 높은 문화재다. 네 방위를 맡은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그린 벽화는 주로 고구려 고분에서 발견됐다. 백제 사신도는 6호 고분과 충남 부여군 능산리 1호 고분 두 곳뿐이다.

하지만 사신도는 현재 ‘사라졌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만큼 훼손이 심각하다. 일제강점기 사진엔 비교적 뚜렷한 형태가 보이지만 현재는 흔적만 겨우 남아 있다. 1972년 고분을 개방하면서 공기 속 유해 인자에 노출돼 안료가 퇴색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출입을 막고 항온 항습장치를 가동 중이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다양한 논의와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이미 때를 놓친 게 아니냐는 탄식도 나오고 있다. 6호 고분은 인근 백제 무열왕릉과 함께 보기 드문 벽돌무덤 양식의 무덤. 1500년가량 이어졌던 소중한 문화유산이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세월이 지나며 점차 옅어져가는 고아리 고분의 연꽃장식 천장 벽화. 문화재청 제공
[5] 고령 고아리 고분벽화… 퇴색된 4색 연꽃그림 최근에야 보존나서

1963년 발굴된 경북 고령군 고아리 고분(사적 제165호) 벽화는 가야의 유일한 벽화로 평가받는 중요 문화재. 천장에 네 가지 색깔을 입힌 연꽃장식 그림이 유명하다. 굴식돌방무덤으로 지어진 축조양식 또한 백제의 영향을 가늠하게 해주는 역사적 자료다.

고아리 고분벽화도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송산리 고분과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유입된 공기로 인해 그림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측은 “무덤 벽화는 일단 한번 개방되고 나면 훼손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며 “애초 발굴 때부터 이런 점을 감안했어야 했으나 과거엔 이런 인식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지방자치단체가 보존관리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고령군은 지난해 말 각계 연구진을 꾸려 보존사업을 체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단 무덤을 이룬 암석과 벽화의 안료 상태를 체크하는 작업부터 이뤄져야 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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