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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뽕 성폭행 방법이…그곳 방문하니 ‘경악’

박훈상 기자, 이철호기자

입력 2013-03-06 03:00:00 수정 2014-10-10 09:08:17

성폭행 부추기는 인터넷, 단속 법근거 없어 처벌 속수무책

2월 혼자 사는 여성을 골라 성폭행한 정모 씨(29)는 인터넷 검색과 뉴스를 통해 성범죄 수법을 공부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배운 대로 가스검침원으로 속여 여성이 문을 열게 하고 동물마취제로 잠들게 해 신고를 막으려 했다. 마취제는 지난해 10월 경기도의 한 동물병원에서 구입했다. 정 씨가 검거된 뒤 그의 집에선 다른 종류의 동물 안정제도 나왔다.

인터넷에 성범죄 수법과 노하우를 알려 주는 악성 정보가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성범죄 관련 인터넷 단속은 음란물에만 국한돼 이뤄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 ‘데이트 강간’을 부추기는 온라인

본보 취재팀이 5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성범죄와 관련된 게시 글을 검색하자 데이트 상대 여성의 의식을 잃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글이 쏟아졌다. 주로 20, 30대 남성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물뽕’(‘물에 탄 히로뽕’이라는 뜻의 은어로 마약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가출소녀를 집으로 불러들이는 방법’, ‘술에 만취한 여성과 하룻밤 성관계를 맺고 고소당하지 않는 법’ 등이 검색됐다.

일명 ‘데이트 강간 약물’로 불리는 GHB(감마히드록시부티레이트) 등 물뽕에 대한 정보도 여과 없이 공유되고 있었다. 불법 마약류인 GHB는 무색무취해 술이나 음료수에 몇 방울을 넣어도 식별이 불가능하고 24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검출하기 어려워 성폭행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술에 섞거나 과다 복용하면 의식불명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GHB를 사용해 여성과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남성들은 약물 구입 방법, 약물을 언제 어떻게 타야 하는지, 상대에 따라 얼마나 사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올려놓았다.

본보 취재팀이 이들이 올린 글에서 알려 준 한 판매 사이트를 방문해 보니 노출한 채 쓰러진 여성의 사진과 함께 물뽕 광고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이곳에선 여성에게 몰래 술과 함께 약물을 먹여 성폭행했다가 지난달 구속 기소된 성형외과 의사가 사용한 수면유도제 졸피뎀도 판매하고 있었다.

사회적 약자인 10대 가출 청소년을 농락하는 수법을 담은 글도 수두룩했다. 이런 글에는 가출 청소년이 많이 찾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 이름 등이 등장한다.

배우 박시후 사건 등의 영향으로 ‘술자리를 함께한 여성과 성관계를 갖고도 고소당하지 않는 법’을 적은 글도 자주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배우 박시후도 노하우를 알았다면 고소당하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고 썼다.

여성을 술에 취하도록 해 항거불능 상태에 빠뜨리는 방법을 공유하는 남성들도 있다. 인터넷에는 나이트클럽, 길거리, 휴가철 피서지, 대학교 MT 등 다양한 자리에서 여성이 술에 만취하도록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노하우가 올라온다. 지난해 8월 수원에선 호프집 종업원이 후배와 짜고 아르바이트 여대생에게 술을 먹여 성폭행했고, 이 여성이 일주일 만에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김준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400만 관객이 관람한 영화 ‘건축학개론’에도 여자가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을 때 성관계를 하는 것이 좋은 기회인 양 묘사됐다”며 “실제로 술에 취해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의 신고가 많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 온라인 범죄 교사로 간주해 엄벌해야

이처럼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성범죄 노하우는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안전을 위협한다. 사실상 범죄를 교사하는 행위라는 게 범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술이나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당한 여성들은 관련 기관을 찾아가 상담할 때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진술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성폭력 사건을 오래 수사해 온 경찰 관계자도 “술이나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사건이 늘고 있는 추세다”라며 “일부 약물은 체내에서 검출이 안 될 수 있어 수사하기 까다롭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선 여성을 농락하는 글이 넘쳐 나지만 단속은 어렵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 사이트에 일부 성범죄 수법을 알려 주는 글이나 약물 등을 판매하는 광고가 올라온다고 해서 사이트 전체를 폐쇄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예를 들어 물뽕 판매 글도 다른 이야기를 하던 중 슬쩍 끼워 넣는 경우가 많아 단속이 더 힘들다”고 밝혔다.

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음란물 사이트 폐쇄의 근거인 정보통신망법은 성범죄를 조장하거나 수법을 알려 주는 데 악용될 수 있는 글이 게재되어도 처벌 규정이 미흡하다”며 “사이트 전체를 폐쇄할 수 있도록 하고 사이트 운영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훈상·이철호 기자 tigermas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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