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웅산 수지 여사 인터뷰 통역 맡은 신정아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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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이뤄졌던 자신의 인터뷰 기사가 새겨진 불교신문의 동판을 전달받는 아웅산 수지 여사(오른쪽). 왼쪽부터 ‘하얀코끼리’ 이사장 영담 스님, 통역을 맡은 신정아 씨, 수지 여사의 보좌관. 불교신문 제공
2002년에 이뤄졌던 자신의 인터뷰 기사가 새겨진 불교신문의 동판을 전달받는 아웅산 수지 여사(오른쪽). 왼쪽부터 ‘하얀코끼리’ 이사장 영담 스님, 통역을 맡은 신정아 씨, 수지 여사의 보좌관. 불교신문 제공
1일 아웅산 수지 여사의 인터뷰 통역을 맡은 사람은 2007년 학력 위조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씨(41)였다. 그는 국제개발협력 비정부기구(NGO) ‘하얀코끼리’ 일행으로 미얀마를 방문해 학교와 보육원을 돕는 행사의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이른바 ‘신정아 사건’은 2007년 당시 동국대 교수이자 광주 비엔날레 공동감독이던 신 씨의 학력 위조 의혹에서 시작돼 미술계와 대학가, 불교계 인사 등으로 여파가 확산됐으며 변양균 당시 대통령정책실장과의 스캔들도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복역한 신 씨는 2011년 자전 에세이 ‘4001’을 출간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봉사단 일행에는 이 사건으로 동국대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영배 스님도 포함돼 있어 묘한 인연의 끈을 보여주고 있다. 신 씨는 하얀코끼리 이사장이자 불교방송 이사장인 영담 스님의 권유로 이번 봉사단에 합류했다. 다음은 공항과 현지에서 신 씨와 나눈 대화다.

―어떻게 이번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나.

“난 이사장 스님(영담 스님) 말이라면 꼼짝 못한다. 스님이 미얀마를 방문해 어려운 여건에 있는 아이들을 돕는 봉사라고 말씀하셔서 오게 됐다.”

―봉사단의 홍보대사라는 농담 비슷한 말도 나왔다.

“(웃음) 아니다. 그냥 봉사단의 한 명일 뿐이다. 홍보대사로 나를 쓰면 ‘망하는 길’인데 그럴 리가 있나.”

―모두 당신이 참여하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깜짝 놀란 분위기다.

“그런 것 같다. 내가 아무래도 사람이 덜 돼서 사람 되라고 이사장 스님이 부르신 것 같다.”

―건강해 보인다. 최근에 마라톤에 참여하기도 했다던데….

“제대로 된 완주는 아니다. 지난번에는 5km 뛰었고, 이번에는 10km였다.”

―마라톤을 시작한 이유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죽지 않고 살려는 노력 아닐까. 달리니까 좋다.”

―가까운 H 신부님과는 연락하나.

“(교도소에서) 나와 몇 차례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때마다 좋은 사람 만나면 주례를 서준다고 하더라. 그런 사람이 어디 있나? 놀리시는 것 같다.(웃음)”

신 씨는 현지 방문 중 다른 스님들을 의식해서인지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그는 갑작스럽게 수지 여사 인터뷰 통역을 맡게 되자 “큰일이라 걱정스럽다. 수지 여사의 호칭을 어떻게 해야 되나”라고 주변에 묻기도 했다.

영담 스님은 “아무리 큰 죄가 있어도 참회하면 용서하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불교”라며 “몇 차례 전시회 기획도 주선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봉사를 통해 새로운 것에 눈을 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 씨는 현지에서 가수 양희은의 ‘한계령’을 읊조렸다.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굴곡 많았던 그의 지난 삶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다.

네피도=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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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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