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총’ 뽑을까 말까… 해경의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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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수준 中어선 강경진압땐 대형사고로 외교마찰 우려 총기 자제
미온 대처땐 단정 침몰등 피해 속출


 “매년 꽃게철마다 중국 어선들이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며 불법 조업하는 걸 보면 피가 끓습니다. 하지만 북한 해역과 붙어 있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소속 경비함 3005함의 해상특수기동대원들은 5일 중국 어선 단속 과정의 어려움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서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걱정은 불과 이틀 만에 현실이 됐다. 3005함의 고속단정 1호기가 7일 오후 중국 어선들의 잇단 공격으로 침몰하는 초유의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침몰 당시 고속단정 1호기를 몰았던 조동수 단정장(50·경위)은 5일 인터뷰에서 “높은 파도로 요동치는 단정에서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중국 선원들과 맞서다 다치는 대원이 많다”며 “특히 배에 오를 땐 대원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 매번 걱정된다”고 했다.

 김은호 순경(34)은 “중국 어선들은 경비함이 NLL까지 접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교묘히 악용하고 있다”며 중국 어선 나포 작전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NLL을 넘어와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려면 5분 안에 배에 올라 나포 작업까지 마무리해야 하는데 철갑을 두른 조타실을 장악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김 순경은 “이 과정에서 중국 어선이 계속 북한 해역으로 도주하면 작전을 포기하고 바다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날로 거세지는 중국 어선의 저항을 총기로 제압할 수는 없을까. 1500t급 이상 중대형 경비함정에는 벌컨포가 장착돼 있다. 고속단정 1척에 탑승하는 기동대원 9명 중 일부는 실탄이 들어 있는 소총과 권총을 갖고 있다. 살상용은 아니지만 최루탄, 전자충격기, 고무탄발사기도 지급된다. 해경의 해상 총기 사용 가이드라인도 ‘선원이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단속경찰을 공격할 경우’ 등에 개인화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출동한 대원들은 대부분 무기 사용을 꺼린다. 공포탄을 발사한 뒤 대퇴부 이하를 조준해 쏴야 하지만 흔들리는 배 위에서 100% 정조준을 하기란 쉽지 않다.

 3005함을 비롯해 중국 어선 단속에 투입되는 기동대원들은 이번 침몰 사고 후 고민에 빠졌다. 지금처럼 고속단정만 투입하면 또다시 중국 어선들이 충돌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속단정보다 규모가 큰 경비함을 동원하기도 쉽지 않다. 자칫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기동대원은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가급적 총기 사용을 자제해 왔지만 현장에서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안전처는 10일 “중국 해경국이 우리 해경 단정을 침몰시킨 중국 어선을 찾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어선은 산둥(山東) 성에 적을 두고 있으며, 크기는 100t급으로 추정된다.

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정성택 기자
#해경#중국어선#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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