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오피스텔로 숨어든 휴대전화 ‘내방대리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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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컴퓨터 끄고 당장 112에 신고해.”

지난달 14일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간판 없는 오피스텔 사무실. 휴대전화 불법 영업 대리점을 단속하러 온 방송통신위원회 조사관 8명이 들이닥쳤다. 이곳 Y업체 직원 6명은 각자 흩어져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몇 직원은 컴퓨터를 사수한 채 모니터와 키보드를 넘어뜨렸다. 또 다른 직원들은 탁상용 거울을 떨어뜨려 깨부수고 조사관들이 책상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나머지 직원은 “사무실에 소동이 벌어졌다”며 112에 신고했다. 곧이어 구로3파출소 경찰들이 출동해 방통위 조사관들의 긴급 조사는 허탕이 됐다.

속칭 ‘내방(來訪) 대리점’이 방통위의 긴급 조사에 일부러 소동을 부려 112 신고로 조사를 무마시키는 꼼수 작전으로 버젓이 불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 및 경찰에 따르면 최근 LG유플러스 대리점 등에 대한 방통위의 대대적인 불법 판매 조사 중에 내방 대리점들이 경찰 신고를 악용해 이 같은 행태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내방 대리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고객을 비밀리에 사무실로 불러 통신사가 판매점에 제공하는 단말기 판매 장려금의 일부를 고객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휴대전화를 파는 불법 판매 대리점을 말한다. 불법인 데다 구입하기까지 절차가 까다롭지만 시가보다 15만∼25만 원 저렴하게 휴대전화를 구입할 수 있어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내방 대리점들의 계약 건수는 월 1만5000∼2만 건 수준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이후로 현재 전국에 120여 곳이 문어발식으로 퍼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Y업체는 지난해 10월에도 긴급 조사를 나온 방통위 조사관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방통위 조사관 2명이 불법 보조금 지원 정황이 기록된 자료를 수집해 사무실을 나가려 했지만 직원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불법 보조금 지원 증거가 드러나면 업체는 수백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직원들이 조사를 거부해 소동이 일어나면 경찰은 방통위 조사를 떠나 우선 공무집행 방해 사건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잘잘못을 먼저 조사하다 보면 방통위 조사는 중지될 수밖에 없다. 주변의 내방 대리점들은 소문을 듣고 숨어버려 단속이 더더욱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여성이나 미성년자들이 보조금을 많이 준다는 광고에 현혹돼 주변 환경이 폐쇄적인 내방 대리점 사무실에 방문할 경우 휴대전화 강매나 예상치 않은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은 “이런 꼼수 전략에 불법 행위를 조사하고 단속해야 할 방통위가 힘을 잃고 있다”며 “경찰과 방통위가 협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영업 방식을 장려하는 통신사의 반성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단통법이 과연 실효가 있는가에 대해 사회적 중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신수정 기자
#휴대전화#스마트폰#내방대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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