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환경부 “경유값 올리고 휘발유값 내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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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경유값 비율, 100 : 85서 95 : 90으로 추진”
미세먼지 회의서 “유류세 조정” 주장… 기재부 “서민-산업경쟁력 타격” 반대
산업부도 화력발전소 규제에 난색
25일 차관급회의… 의견 조율 주목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마련 중인 환경부가 휘발유 대 경유 가격의 비율을 현재의 100 대 85에서 95 대 90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23일 청와대에서 첫 미세먼지 종합대책회의를 연 데 이어 25일에는 국무조정실 주재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갖고 가격 조정안을 포함한 다양한 대책 협의에 나선다.

이번 미세먼지 저감 대책은 국가 에너지 정책과 세제 시스템을 건드리는 광범위한 분야까지 논의되고 있어 관련 부처들 간의 큰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주목된다.

○ 범부처로 확대되는 미세먼지 대책 논의

24일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환경부는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부처 대책회의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유류에 붙는 세금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경유 값을 올리고 휘발유 값을 낮추는 방안을 내놨다. 수도권 미세먼지의 주범인 경유차량의 운행을 줄이기 위해서는 휘발유의 85% 수준인 경유 값을 반드시 인상해야 한다는 것. 그 대신 휘발유 값을 그만큼 낮추면 전체적인 세수에는 변화가 없어 증세 논란과 국민 반발을 피해 갈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 당국자는 “경유와 휘발유 가격의 조정은 내부적으로 검토해온 여러 방안 중 하나”라면서도 “경유차량의 구매와 운행을 줄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핵심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와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기상청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 부처 간 갑론을박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내부 미세먼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진행해 오던 논의를 범부처 차원으로 확대한 것. “에너지와 세제 정책이 포함되는 ‘특단의 대책’을 위해서는 다른 부처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된 자리였다.

이에 따라 노후 경유차량 운행제한지역(LEZ) 운영 및 환경개선부담금 재부과, 차량부제 시행 등 외에 최근 새롭게 검토된 유류 가격 조정,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에 대한 유류보조금 지원, 화력발전소 대책 등이 논의의 테이블에 올랐다.

그러나 기재부는 경유 가격 인상 방안에 대해 “미세먼지를 해결하려다 다른 부작용들을 낳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기재부 당국자는 “경유 가격 문제는 영세 사업자 같은 서민들의 1t 트럭을 끌어들여야 하는 문제”라며 “경유는 20% 이상이 산업 부문에 쓰이는 만큼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산업부도 화력발전소 규제에 난색을 표시했다. 산업부의 경우 제7차 전력수급계획을 수정하고, 전력 수요 예측 등 기본 데이터부터 손질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그러면서도 “미세먼지 문제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며 에너지 신산업 육성과의 연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차관급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조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는 이날 고위당국자 간 회의에서 부처 간 견해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뒷북 정책이라도 제대로 내놔야”

관계부처 종합대책회의가 열리는 것은 4월 초 미세먼지가 문제가 된 후 두 달 가까이 지난 시점. 게다가 ‘미세먼지 시즌’(매년 10월∼이듬해 4월)이 끝나는 시기다. 이 때문에 “정부 대응이 너무 늦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종합대책 발표도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이 끝난 이후인 6월 7일 정도에야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마다 미세먼지 문제가 반복되고,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근본적이고 강도 높은 대책이 꼭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원대 장영기 교수(환경에너지공학과)는 “경유나 화석연료의 사용이 많은 이유가 경제성 때문이라지만 장기적인 환경 피해를 감안하면 결코 싼 게 아니다”며 “경유 가격을 인상하는 식으로 ‘환경 비용’이 부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장은 “해안 등 멀찍이 떨어져 있는 발전소와 달리 자동차, 그것도 경유차가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의 생활공간에서 직접적으로 오염물질을 내뿜고 있다는 점에서 경유차 대책은 대기 질 개선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조건희 기자·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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