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애플, 한국서도 ‘불공정 계약’ 갑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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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판매대 비용 대리점에 떠넘기고… 광고비도 상당부분 이통사에 전가
佛-대만 등서 잇달아 벌금 제재… 한국 공정위 “신고 접수된것 없어”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애플이 국내에서 이동통신사와 불공정 소지가 있는 계약을 지속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애플은 통신사에 부당하게 비용을 전가하고 주문 대수를 제한하는 불공정 계약 행위로 프랑스, 대만 등에서 벌금을 부과받았는데 국내에서도 유사한 ‘갑질’을 해 왔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통신업계 및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신제품 출시 시기에 맞춰 대리점이 비용을 부담해 판매대를 설치하고, 시연용 아이폰을 구입하도록 했고 △광고 포스터와 매대 등이 제대로 유지되는지 직원이 현장 감시를 했으며 △이행 상황이 미흡하면 개통 권한을 주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국내에서 방송되는 아이폰 TV 광고비와 제품 무상수리 비용의 상당 부분도 통신사에 전가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내용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와의 계약 관계에서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대리점에서의 스마트폰 유통은 통신사의 몫이어서 제조사는 이 같은 내용을 강제하지 않는다. 포스터나 보조 매대 등 판촉물이 필요하면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판매점 10여 곳을 운영해 온 한 대리점주는 “아이폰의 경우 신제품 전시 비용의 최대 70%까지 대리점이 부담해야 했다”며 “다음 신제품이 나올 때까지 해당 판매대와 시연폰을 (판매장에서) 없애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애플은 국내 제조사들이 통상적으로 절반가량 부담하는 공시지원금을 거의 부담하지 않았다. 아이폰이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이유는 공시지원금이 그만큼 적었기 때문이다. 이에 아이폰 사용자들은 대부분 공시지원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20% 요금할인제’를 선택해야 하는 등 선택의 폭을 제한받아 왔다. 업계에서는 요금할인제가 나왔을 때 ‘아이폰 사용자를 위한 제도’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기업분쟁 전문 변호사는 “각 항목에 충분히 불공정 계약의 소지가 있다. 국내 대형마트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 납품사를 대상으로 행해 온 판매대 관리나 비용 전가 강요 등과 동일한 형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는 23일 애플 측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으나 애플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공정거래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행정 부처인 경쟁청은 지난달 애플에 총 4850만 유로(약 6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시정 대상에는 최소 주문량 제한, 광고 및 전시 비용 전가, 수리 비용 등 불공정 계약들이 포함됐다. 지난해 6월 대만 공정위도 애플이 통신사가 정하는 출고가를 통제하는 등 ‘갑질’을 한 것에 대해 64만 달러(약 7억6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지금까지 애플에 대한 문제 제기가 거의 없었다. 통신사와 대리점은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은 아이폰 신제품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입을 닫았다. 정부 부처는 통상 및 외교 관계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당국자는 23일 “공식적으로 신고가 접수된다면 관련 부분을 조사하겠지만 아직까지 들어온 게 없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 세종=손영일 기자
#애플#불공정계약#대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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