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굿바이, 플라토!…삼성미술관 플라토 17년만에 폐관 ‘역사 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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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삼성미술관 플라토의 글라스 파빌리온 상설전시실 내부 모습. 로댕의 조각 ‘칼레의 시민’과 ‘지옥의 문’을 중심축으로 삼아 건축, 디자인, 현대회화, 설치 등 다양한 주제의 실험적 전시가 열렸다. 삼성문화재단 제공
서울 중구 삼성미술관 플라토의 글라스 파빌리온 상설전시실 내부 모습. 로댕의 조각 ‘칼레의 시민’과 ‘지옥의 문’을 중심축으로 삼아 건축, 디자인, 현대회화, 설치 등 다양한 주제의 실험적 전시가 열렸다. 삼성문화재단 제공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세 미술관 중 하나인 ‘플라토’가 개관 1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삼성미술관 관계자는 28일 “서울 중구 삼성미술관 플라토를 올해 폐관하기로 지난주 결정했다. 4∼9월 열리는 중국 작가 류웨이 개인전이 플라토미술관의 고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삼성미술관은 용산구 리움,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 등 두 곳만 남게 됐다.

플라토 로비 공간에 상설 전시돼 이 미술관의 간판 역할을 해온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대표작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을 어디로 옮겨 어떻게 보관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플라토미술관은 1984년 완공된 세종대로(옛 태평로) 삼성생명 빌딩의 1층 공간을 썼다. 1998년 미국 건축가 윌리엄 피더슨 씨가 설계한 유리구조물을 덧붙여 총 1150m² 면적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이듬해 5월 개관했다.

이 건물이 1월 임대주택건설 전문기업 부영으로 약 6000억 원에 매각되자 미술계에서는 곧바로 플라토 존립 여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강남으로 이전하기 위해 장소를 물색 중이다’ ‘로댕 청동조각만 리움으로 이동한다’ ‘플라토 공간만 부영으로부터 임차해 쓴다’ 등 여러 소문이 나돌았지만 논의 끝에 미술관 문을 닫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한 공립 미술관 대표는 “삼성그룹이 일부 계열사를 정리하고 자산을 매각해 한창 군살 빼기에 몰두하는 상황에서 전시 공간이 없어진 미술관을 유지할 명분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토미술관의 주 출입구 외부 전경. 때때로 일부 설치작품을 건물 밖에 배치해 주변을 오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플라토미술관의 주 출입구 외부 전경. 때때로 일부 설치작품을 건물 밖에 배치해 주변을 오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플라토미술관이 폐관한 뒤 삼성생명 빌딩은 외국인 고객을 주로 받는 고급 호텔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서현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는 “호텔로 바뀐다면 저층부와 지하 공간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 주변 교통과 보행 동선을 적잖이 변화시킬 거다. 동쪽에 면한 북창동 먹자골목 등 상권과 유동인구 구성에도 변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2011년 5월 플라토미술관으로 재개관하기 전 이 공간의 원래 명칭은 ‘로댕갤러리’였다. 삼성문화재단이 1994년 약 100억 원을 들여 구매한 청동조각 ‘지옥의 문’ 7번째 에디션과 ‘칼레의 시민’ 12번째 에디션의 상설전시용 공간으로 계획된 것. ‘에디션(edition)’은 하나의 형틀로 찍어낸 조형물에 제작 순서대로 붙이는 번호다. 프랑스 정부는 로댕의 작품을 8∼12번째 에디션까지만 진품으로 인정한다. 두 작품의 현재 가치는 수백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구조물 설계자 피더슨 씨는 로댕의 돌조각 ‘대성당’의 모습을 공간 디자인 모티브로 삼았다. 두 사람의 손이 닿을 듯 말 듯 오묘한 교감을 품고 교차하는 이 작품의 이미지처럼 플라토미술관은 회색빛 도심을 떠도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포근한 문화 쉼표 역할을 해 왔다.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실험적 현대미술 창작물을 꾸준히 대중에게 매개하며 국내 미술생태계 상층부에서 매우 강력하고 중요한 역할을 해온 플랫폼이 사라진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플라토미술관#삼성문화재단#고별전#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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