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관진 실장 앞으로 보낸 軍인사 첩보 해킹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8일 0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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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온 국민을 경악케 한 윤모 일병 폭행사망사건이 불거진 뒤 김관진 대통령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보고된 군 인사 관련 첩보 문건이 해킹돼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국회 국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실에 따르면 3쪽으로 된 이 문건은 당시 군 인사조치를 통해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문건에 윤 일병 사건이 일어난 28사단을 빨리 안정시켜야 한다는 표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작성 시기는 사건이 불거진 8월 초인 것으로 추정된다. 작성자의 이름은 펜으로 지워져 있다.

문건에는 “향후 실장님의 용퇴설이 확산될 것 같습니다. 유XX(류XX) 사건도 야당의 국정감사 주제로 잡혔다는 첩보입니다”고 적혀 있다. ‘류XX 사건’은 윤 일병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4월 개인의 부적절한 처신을 덮기 위해 암으로 위장 전역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홍모 예비역 소장의 사건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류모 소장은 홍 씨의 전역 절차를 처리해야 하는 육군 인사참모부장이었다.

문건의 뒷부분은 이후 군 장성 인사에서 누가 적합한지 품평까지 담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동기인 육사 37기에 대한 언급도 있다. 군 소식통은 “이 문건이 정확히 어느 컴퓨터에서 유출됐는지는 모르지만 정무감각이 있는 현역 고위간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 문건은 해킹조직 ‘원전반대그룹’이 해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조직은 한국수력원자력을 해킹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원전반대그룹은 이밖에도 김 실장이 국방부 장관 시절 2012년 6월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 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부장관에게 보낸 감사 서한 등 74건도 해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들은 외부 컴퓨터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유출된 문서는 대부분 국방부 장관 지휘기록집 발간을 위한 문건으로 기밀 문건은 없다”며 “조사 결과 국방 내부망에 대한 해킹시도나 사이버 곳에서도 흔적 또는 정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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