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 ‘분노의 정치’, 정치 보복 예고편 아닌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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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K스포츠·미르재단도 그 시작은 ‘선한 의지’였을 것이라는 취지의 안희정 충남지사 발언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이틀 날을 세웠다. 문 전 대표는 어제도 “적폐 청산을 위한 대개혁은 적폐에 대한 뜨거운 분노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안 지사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그의 대선 주자 지지율이 자신의 ‘대세론’을 위협하는 데 대한 초조감의 발로로 보인다.

안 지사는 19일 한 강연에서 “(박 대통령도)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 했는데 뜻대로 안 된 것”이라며 “K스포츠·미르재단도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었던 마음에서 했겠지만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에 문 전 대표가 “그 발언에 분노가 빠졌다. 정의의 출발은 분노”라고 비판하자, 안 지사는 “지도자의 분노라는 것은 그 단어 하나만 써도 피바람이 난다”고 반박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안 지사의 발언이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의아할 따름이다. 아직도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1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두 사람은 어제도 “분노 없이 어떻게 정의를 세우느냐”(문 전 대표) “정의의 마무리는 사랑”(안 지사)이라고 공방을 벌였다. 그래도 ‘웬 박근혜 옹호냐’는 논란이 가시지 않자 안 지사는 결국 국정 농단에 이른 박 대통령의 예를 든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두 사람이 각각 ‘대청산’과 ‘대통합’을 내세운 경쟁자 사이라지만, 같은 대통령을 모셨던 같은 당 소속의 여론조사 지지도 1, 2위 대선 주자의 생각이 이렇게 다르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헌법재판소의 3월 초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대한민국은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어 극심한 국론 분열을 낳고 있다. 주말 서울 도심 일대는 내전을 방불케 한다. 헌재 심판 이후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 이런 ‘분노의 정치’는 증오의 정치, 대결의 정치로 이어져 나라가 결딴날 수도 있다. 더욱이 이런 정치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보복의 정치’를 낳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어제 문 전 대표의 방문을 받은 태고종 총무원장 도산 스님도 ‘보복’을 거론하며 향후 한국 정치를 걱정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보복은 없을 것”이라며 협치와 통합의 정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친일부패 기득권 세력의 대청소’를 외치는 그의 언동을 보는 국민은 그가 집권하면 노무현 정권의 ‘편 가르기’와 ‘보복 정치’가 재연될까 걱정스럽다.
#문재인#분노의 정치#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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