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의 헌재 진술, 국민은 듣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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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변론 출석 여부를 22일까지 밝히라고 대통령 측에 요구했다. 지난주 변론기일에서 ‘24일 대통령 최종변론’을 못 박았던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3월 2, 3일로 변론 종결을 늦춰 달라는 대통령 측 요구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의 출석 의지를 보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측의 심판 지연책에 끌려 다니지 않고 3월 13일 이전에 최종 선고를 내려 국정공백 사태를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날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최종변론에서 신문을 받지 않고 진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법 49조 2항은 ‘소추위원은 심판의 변론에서 피청구인을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권한대행이 “재판부와 소추위원 쪽의 질문에 적극 답변하는 게 피청구인이나 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듯이 국민은 박 대통령에게 듣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더라도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신문에 답하지 않으면 헌재도 어쩔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기자간담회 등에서 드러난 대통령의 화법을 보면 박 대통령은 ‘불편한 진실’을 캐묻는 질문에는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모니카 르윈스키 사건 대배심(우리의 검찰 조사에 해당) 때 백악관에서 폐쇄회로(CC)TV를 통해 비공개로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자신이 약속했던 특검 조사마저 거부하고 있다.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도 탄핵 심판정에 나오지 않았지만 소추 사실은 모두 시인한 바 있어 박 대통령과는 차이가 있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 신문을 받는 게 국가 품격을 위해서 좋겠느냐”고 항변했으나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만으로도 이미 나라의 품격은 떨어졌다. 차라리 대통령이 성심껏 최후변론을 하는 것이 일말의 품격을 지키는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헌재는 대통령 측의 연기 요청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수용하되 필요하다면 진술은 공개, 신문은 비공개로 하는 절충안이라도 짜낼 필요가 있다.

헌재의 최종변론은 박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의 전말에 관해 진솔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자신을 뽑아준 국민에게 예를 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무엇보다 작년 10월 첫 대국민 사과 때는 ‘보좌진이 갖춰질 때까지 최순실의 도움을 받았다’더니 작년 4월 18일부터 10월 26일까지 570여 회, 심지어 최 씨가 독일로 도피하고 나서도 하루 세 번 이상 통화해서 무엇을 그렇게 물어봤는지 국민은 알고 싶다. 세월호 참사 때의 행적을 포함해 “헌법을 준수하고…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는 취임선서를 왜 어겼는지 박 대통령은 역사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
#헌법재판소#탄핵심판 최종변론#대통령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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