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시정연설에 ‘左순실·右병우’ 끊는 자성 담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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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국회에서 안보·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설명하면서 노동개혁 4법 통과 등 국정 협조를 요청하는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다. 야권은 ‘비선 실세 예산’으로 불리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사업과 케이밀 사업 등 총 1671억 원의 예산 전액을 삭감할 태세다. 대통령 역점사업인 창조경제 예산의 대대적인 삭감뿐 아니라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문제를 걸어 청와대 예산에도 칼을 대려고 한다.

 대통령 주변 의혹의 불똥이 예산정국까지 튀고 국정 운영을 가로막는다면 나라의 불행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그제 “우병우 민정수석 관련 각종 의혹이 국민 정서와 맞지 않아 대통령께 교체를 건의했다”고 공개했다. 박 대통령의 오랜 심복이자 대표 경선과정에서 ‘내시(內侍)’임을 자처했던 이 대표가 대통령과 나눈 밀담을 공개한 것이다.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이 대표의 우 수석 교체 건의는 개인 의견이 아니라 적어도 친박 내부의 교감을 거쳐 당 대표 건의 형식으로 개진한 것으로 봐야 한다. ‘대표가 뭐하는 거냐’는 여론의 압박에 몰렸을지 모르나 여당 대표마저 우병우 교체의 당위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의 명확한 징후다.

 이 대표의 교체 건의에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제가 드러나면 단호히 처벌하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병우 수사 결과를 우병우에게 보고’하는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될 리 없고, 국민의 의혹을 말끔히 씻어줄 리 없다. 오죽하면 일개 의경인 우 수석의 아들도 검찰 출석 요청에 불응하고 언제 출석하겠다는 대답조차 안 하겠는가.

  ‘최순실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 변화도 시급하다. ‘발목을 비틀려’ 돈을 내게 됐다는 재계의 증언이 이어졌고, K스포츠재단이 최 씨 딸의 승마 뒷바라지를 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이 수사를 한다지만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이라는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넘는 철저한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믿기 어렵다. 우 수석이 청와대에 있는 한, 최 씨 관련 수사도 우 수석이 보고 받을 테니 이런 비정상이 없다.

 항간에는 작금의 상황이 20년 전 노동개혁 실패와 한보사태 등 경제 위기에 대통령 아들 비리까지 겹쳐 외환위기를 맞은 김영삼(YS) 정권 말과 흡사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당시는 지금 같은 안보 위기는 아니었다. 박 대통령이 YS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오늘 시정연설부터 안보역량 강화와 구조개혁에 국가적 에너지를 결집하도록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국회 여야 대표와의 만남에서 깊은 자성(自省)과 함께 ‘좌순실·우병우’ 로 불리는 의혹의 고리를 끊고 국론을 모으는 일부터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박근혜 대통령#노동개혁 4법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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