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넥슨 뇌물 반대급부 못 밝혀낸 특임검사의 진경준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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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로 특임검사팀이 ‘주식 대박’ 진경준 검사장을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으로부터 9억5000만 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어제 재판에 넘겼다. 진 검사장이 2005년 김 회장에게서 4억2500만 원을 받아 넥슨과 넥슨재팬 주식을 사고판 끝에 지난해 126억 원을 챙긴 것은 검찰에서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결국 특임검사팀은 제네시스 승용차와 가족여행 경비 5000만 원을 더 받아낸 것 정도를 밝혀냈을 뿐이다.

검찰이 석 달을 끈 사건을 특임검사가 23일 만에 진 검사장에게 ‘포괄일죄’를 적용해 기소한 공은 인정된다. 그러나 수사의 핵심은 넥슨 뇌물의 대가성을 밝혀내는 것이다. 김 회장이 진 검사장의 온갖 요구를 들어주면서 “정서적으로 강간을 당한 심경”이라고 했을 정도면 당한 만큼 받은 것도 있다고 봐야 마땅하다. 특임검사는 “진 검사장이 넥슨 사건 관련 법률 자문이나 상담을 하고 조금 알아봐 준 정황이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에 자문 응대와 상담을 했는지, 수사를 무마시키거나 로비를 했는지 여부는 규명하지 못했다. 김 회장이 연루됐던 30여 건의 사건이 대부분 무혐의 처리된 사실을 아는 국민으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수사 결과다.

특히 진 검사장은 넥슨에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강남 처가 땅을 사도록 다리를 놔준 의혹도 받고 있다. 이 특임검사는 진 검사장에게 우 수석 관련 사안을 질문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특별감찰관이 나섰다고는 하나 우 수석이 현직에 취임하기 전에 일어났던 처가의 땅 거래 개입 문제는 법에 따라 손댈 수 없다. 국민이 의혹을 갖는 검찰 비리에 대해선 특임검사도, 특별감찰관도 밝혀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진 검사장이 한진그룹 내사를 무혐의 처리한 뒤 처남의 청소용역업체가 대한항공의 130억 원대의 일감을 따낸 것으로 그쳤다고 순진하게 믿을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다른 위법은 없다’고 한 특임검사팀의 발표를 면죄부 발부로 여기는 여론까지 있다. 검사가 사건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뜯어내 온 식구를 호사시켰는데도 문제가 안 된다면 ‘법치주의’가 울고 갈 일이다.

제 식구 감싸기와 권력의 눈치 보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검찰이 어제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과감한 개혁을 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이나 2012년 부장검사 뇌물 사건 때도 ‘셀프 개혁’을 다짐했던 검찰에 또 한 번 속아 보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깨뜨리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라도 신설하는 것이 썩은 검찰조직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진경준#넥슨#김정주#우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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