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차량 에어컨 ‘독성 필터’ 제2 옥시사태로 번져선 안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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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가습기 살균제’ 속의 폐 손상 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유사한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이 가정용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항균필터에 함유된 사실이 드러났다. 싼타페와 쏘렌토, 제네시스와 티볼리 등의 일부 모델의 차량 에어컨 항균필터에도 독성물질 OIT가 함유돼 있다고 환경부가 밝혔다. 정부는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장시간 가동했을 경우 공기 중으로 OIT가 방출돼 위해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회수 권고’ 조치를 내렸지만 안이한 결정이다.

환경부는 OIT를 2014년 유독물질로 지정하고도 OIT를 함유한 항균필터에 대해서는 정부 어느 부처에서도 관리하지 않았다. 정부의 독성물질 관리에 아직도 구멍이 뚫려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도 차량용 에어컨과 공기청정기에 쓰이는 항균필터에 유독물질인 OIT가 함유됐다는 지난달 보도가 나온 뒤에야 환경부는 부랴부랴 위해성 평가를 벌였다. 정부 공식집계만도 146명의 희생자를 낸 옥시 등의 가습기 살균제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환경부는 달라진 게 없다.

OIT가 검출된 항균필터는 대부분 미국의 다국적기업인 3M 제품이다. 3M사는 지난달 자사 필터에서 OIT가 검출된 뒤에도 공기 중에는 방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가 정부의 위해성 평가가 나오자 ‘자발적 회수’를 밝혔다. 그러나 안 쓰면 그만인 가습기 살균제와 달리 가정용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 자동차 에어컨의 항균필터는 모델명 확인조차 쉽지 않다. 문제의 필터로 가정용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시판한 삼성전자 LG전자 쿠쿠 위니아 등 7개 가전제품 회사와 차량용 에어컨을 만든 현대모비스 두원 등 7개사가 회수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도 없다.

정부와 기업들은 OIT의 위험에 노출된 제품들의 정확한 판매 실태와 인체 유해성을 신속히 조사해 정직하게 공개해야 한다. 3M이 OIT 함유 항균필터를 한국에만 공급한 경위와 이 과정에서 관계 당국의 잘못은 없었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국회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대상에 항균필터 문제도 포함해 함께 다루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살인 가습기 살균제#옥시사태#차량 에어컨#독성 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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