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조조정 실패 STX조선, 4조 낭비한 책임자 누군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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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해양 채권단이 STX조선의 정상화에 실패해 법정관리를 신청한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어제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등이 참석한 채권단 회의 후 “재실사 결과 추가자금을 지원하면서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다”며 이달 말까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STX가 법정관리 신청을 하더라도 법원이 수용하지 않아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

한때 세계 4위의 조선소였던 STX조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 급감에도 무리한 확장에 고비용 구조를 감당하지 못해 2013년 4월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국책 및 시중은행 채권단은 이 회사에 4조5000억 원을 추가 지원했고, 그 이전의 채무까지 포함한 금융권 빚 총액은 5조9600억 원에 이른다. 구조조정 실패로 국책은행이 짊어진 손실은 사실상 국민 부담이다.

조선업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론만 믿고는 과감히 부실을 떨어내는 대신 부실 기업을 연명시켜 온 채권은행,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정부, STX조선을 살리라는 압력을 행사한 정치권 책임이 크다. 2012년 12월 26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자는 STX조선 강덕수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리해고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STX조선의 자율협약 신청 나흘 뒤 산은 회장에 취임한 ‘낙하산 인사’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는 STX조선 진해조선소를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을 만큼 무관심했다. 법적 책임은 더 따져봐야겠지만 대규모 부실에 책임 있는 사람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분명한 문책이 이뤄져야 한다. 불과 한 달 전 “STX조선 등 부실 중소형 조선사들의 법정관리 전환 여부를 하반기에 결정하겠다”던 금융 당국의 부실한 판단 능력도 걱정스럽다.

금융 당국과 채권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와 성동조선 SPP조선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의 구조조정에서 STX조선의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산업개편의 큰 그림과 경제논리에 입각해 살릴 기업과 퇴출시킬 기업을 가려내지 않으면 혈세만 낭비하는 일이 된다. 옥석(玉石)을 가리지 않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퍼주기를 계속하는 일은 STX조선 하나로 끝내야 할 것이다.
#stx조선해양#stx#조선해양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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