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부 폐지론’에 박수치는 현실 교육부만 모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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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어제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21개 대학을 발표했다. 이 대학들이 정원을 조정하면 당장 내년에 공학계 4429명이 늘어나는 대신 인문·사회·자연·예체능계는 그만큼 줄어든다. 총 75개 대학이 지원해 3 대 1이 넘는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대학은 3년간 총 6000억 원이 넘는 지원금을 나눠 받게 됐다.

취업 수요가 많은 공학계 정원은 늘리고 다른 곳의 정원을 줄이는 대학 구조조정 정책의 방향은 맞다. 하지만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일부 대학은 비리 전력이 있어 뒷말이 무성하다. 한 대학 총장은 “(사업 진행이) 투명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몇몇 사립대는 총장이 교육부에 미운털이 박혀 아예 꿈도 꾸지 못하는 신세라고 했다.

2012년 이후 정부의 등록금 동결 드라이브 때문에 돈줄이 마른 대학들은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두뇌한국(BK)21플러스,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LINC) 같은 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정 과정에 로비가 횡행한다는 불만도 높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말을 안 듣는 대학에는 보복성 감사까지 하며 ‘갑질’을 하는 판이니 대학들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다. 교육부 장차관이나 고위공무원 출신들을 총장으로 영입해 방패막이로 이용하려는 대학들의 경쟁이 치열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최근 “교육부를 아예 없애버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가 뜻밖에 박수를 받았다. 안 대표는 사석에서 한 말이고 왜곡된 보도라고 해명했지만 교육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어느 선진국에 한국 교육부처럼 대학 위에 군림하는 교육 부처가 있는가. 학과 명칭 변경까지 시시콜콜 간섭받는 대학들이 교육부 폐지론에 내심 가장 크게 공감한다는 사실을 교육 관료들은 직시해야 한다.
#교육부#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교육부 폐지#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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