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중 정상회담, 韓美中 ‘북핵 공조전략’ 이끌어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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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국민은 25일 중국 정부의 발표를 통해 먼저 들었다. 청와대는 하루가 지난 26일에야 이를 확인하면서 “중국과의 우호 협력 관계를 고려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중국이 되길 바라고 중국에서의 우리 독립 항쟁의 역사를 기리는 측면을 감안해 열병식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고민이 깊었다는 뜻이겠지만 장고 끝에 악수(惡手)가 되지 않으려면 박근혜 정부의 외교 역량이 총동원돼야 한다. 다음 달 3일 열병식에서 베이징 톈안먼의 망루 시진핑 국가주석의 옆자리, 1954년 10월 1일 김일성 북한 주석이 섰던 그 자리에는 박 대통령이 설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대신 참석하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중앙에 위치하지 못하거나 뒷줄에 배치될 듯하다. 한중, 북-중 관계 변화와 함께 한국의 대통령이 중국의 부상(浮上)을 지지하는 동북아 외교지형 세력 전이(轉移)의 상징적인 장면이 될 수도 있다.

청와대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경제협력, 북한에 대한 영향력 등을 고려해 중국의 열병식 참석 요청에 응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의 비무장지대(DMZ) 도발로 촉발된 군사대치 국면에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군사적 굴기(굴起)를 선포하는 전승절을 망치지 않기 위해 평소와 달리 적극 나섰던 이 같은 중국의 역할이 계속될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은 외교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양국 지도자 사이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반드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말할 때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로 읽는 경향이 있다. 중국은 조건 없는 6자회담을, 미국은 북의 비핵화 먼저를 강조해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한국만 절박한 상황이다. 9월 2일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시 주석으로부터 북한을 겨냥한 비핵화 경고를 이끌어내고 10월 한미회담에서 이를 발전시킨다면 북핵 공조의 한미중 창조적 교량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에 대해 미국은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40분간 통화하면서 견고한 미일동맹을 확인하고 북한 대응에 협력을 다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미국과 동맹인 한국이 인도처럼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편다면 양쪽에서 전략적 불신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확고한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미국과의 안보협력에 관한 신뢰를 강화하면서 한중 정상회담으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심화시켜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높여주기 바란다.
#한중 정상회담#북핵 공조전략#전승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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