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비 줄여 의원 확대” 주장은 국민 속이려는 꼼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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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정수를 390명으로 늘리되 세비(歲費)를 절반으로 깎자고 한 제안은 언뜻 보면 엄청난 고통 감수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의원 1명을 유지하는 데 드는 직접 비용이 세비, 보좌직원 인건비, 입법활동지원비, 의원사무실 운영비 등 7억188만 원이니 세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21%에 불과하다.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면 의원당 7000여만 원, 300명 전원을 대상으로 하면 연 210억 원은 줄어든다. 반면 의원 수가 90명 더 늘어나면 세비를 절반으로 깎아도 약 420억 원이 더 들어가게 된다.

국회가 의원 수 확대에 골몰하는 이유는 의원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현재 3 대 1에서 2 대 1로 줄이라는 작년 10월 헌법재판소의 결정 때문이다. 의원 수를 늘리면 선거구를 줄이지 않고도 두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의 반감을 의식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권고대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우회 작전을 쓰고 있으나 내심은 의원 수 확대에 있다. 지역구 의원들의 의석을 지키거나 정파적 목적 추구를 위해 의원 수를 늘리려는 것은 국민을 속이려는 편법이자 꼼수다.

의원 수가 늘면 국고 부담 선거비용도, 정당보조금도 늘어난다. 국회 상임위와 특위가 늘어날 것이므로 그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의원 후원금도 총액이 늘어나니 그만큼 국민 부담이 커지게 된다. 과거 행태로 볼 때 일단 세비를 줄인다 해도 나중에 온갖 구실을 붙여 원위치시킬 게 뻔하다.

‘의원의 수는 200명 이상으로 한다’는 헌법 규정은 ‘200명 이상으로 하되 299명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강하다. 300명 이상으로 정수를 늘리는 것은 위헌일 수 있다. 19대 국회에서 세종시 때문에 의원 수가 종전 299명에서 300명으로 늘어났지만 여야가 19대 국회에만 한한다고 약속했기에 가능했다. 약속대로라면 20대 국회에서는 다시 299명으로 줄여야 마땅하다. 국회가 ‘밥값’을 못한다는 국민 정서를 감안한다면 의원 수도, 각종 특권과 세비도 크게 감축해야 옳다.
#세비#의원 확대#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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