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연금 ‘맹탕 개혁안’ 통과시켜 미래세대에 죄지을 텐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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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시늉을 내는 데 그친 여야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오늘 국회에 상정된다. 2일 여야가 내놓은 합의안은 공무원연금 기여율을 현행 7%에서 9%로 5년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연금 지급률은 현행 1.9%에서 1.7%로 내년부터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내리는 이름뿐인 개혁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한다’는 합의문까지 넣어 국민 부담만 키웠다는 비판이 들끓는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4일 “국회가 처리 시한을 지킨 건 의미가 있다”고 말해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기정사실로 굳어진 상황이다.

여야는 이번 개혁으로 향후 70년간 333조 원의 재정 절감 효과를 거둔다며 자화자찬했지만 턱도 없는 소리다. 세금으로 메워주는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액이 내년 2조1689억 원(하루 60억 원)으로 줄어든다고 해도 2021년이면 다시 올해(2조9133억 원) 수준을 넘는 3조1530억 원으로 늘어난다. 6년 뒤엔 또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내년이 총선이고 다음 해가 대선이니 박근혜 정부는 다시 손댈 수 없을 것이다. 결국 110만 공무원 표를 지키기 위해 박근혜 정부와 여야 대표가 2000만 국민연금 가입자, 특히 젊은 세대에 엄청난 재정 부담과 빚더미를 떠안기는 셈이다. 벌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연금은 바라지도 않는다. 빚이나 떠넘기지 말라” “도둑놈들” 같은 청년들의 분노가 넘쳐난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 적자로 돌아섰지만 역대 정권마다 땜질개혁에 그치거나 그나마도 하지 않는 ‘죄’를 저질렀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국고(國庫)에서 지원하도록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해 혈세 부담을 급증시켰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엉뚱하게도 공무원연금 아닌 국민연금만 더 내고 덜 받도록 개혁하겠다고 선언해 오늘의 사태를 키웠다. 동아일보는 ‘국민연금-특수연금(공무원연금) 함께 손질해야’(2006년 2월 16일) 등의 사설로 비판했으나 노 정부는 2007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당시 60%에서 40%로 대폭 삭감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공무원연금 개혁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 아주 조금만 더 내고 아주 조금만 덜 받는 식으로 공무원연금을 개혁한 것은 논의 과정에 공무원들을 포함시킨 탓이 컸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이었던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현 세대 공무원의 이기주의 탓에 재정 부담을 다음 세대와 국민들에게 떠넘긴 것”이라고 비판했는데도 이번에 똑같은 과오를 반복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그리고 19대 국회의원들은 오늘 맹탕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공무원들의 이익을 지켜주는 데 충직하게 들러리를 설 것인지 묻고 싶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 역시 미래세대의 신용카드로 공무원들의 밥그릇을 챙겨준 죄인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무원연금#기여율#지급률#국민연금#소득대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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