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 실세 시절 대한항공에 처남 취직 청탁한 문희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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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노무현 정부 초창기인 2004년 3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게 처남 김모 씨의 인사 청탁을 한 사실이 그제 법원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문 위원장의 처남은 이 덕택에 2012년까지 8년 동안 일을 하지 않고도 74만7000달러(약 8억2170만 원)의 급여를 챙겼다. 청탁을 한 때는 문 위원장이 노무현 청와대의 대통령비서실장에서 사퇴한 지 불과 한 달 뒤였다. 그해 6월 총선에서 당선되기까지 ‘야인(野人)’이었다지만 그는 여당인 열린우리당 고문과 대통령정치특보 명함을 갖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 노 대통령 당선자는 민주당 중앙선대위 당직자 연수회에서 “인사 청탁 잘못하다 걸리면 패가망신(敗家亡身)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이 대통령 형인 노건평 씨를 만나 3000만 원 뇌물과 함께 연임 청탁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노 대통령에게 공개망신을 당한 뒤 목숨을 끊은 것이 2004년 3월이다. 그 무렵 문 위원장은 대담하게도 민간기업에 처남을 취직시킨 것이다. 부정청탁에 제3자 뇌물공여죄라 해도 할 말 없을 것이다.

처남 문제가 불거진 뒤 문 위원장이 보여준 처신도 제1야당 대표로서 적절치 못했다. “조 회장에게 ‘직접’ 부탁한 일은 없다”는 해명은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눈 가리고 아웅식 대처일 뿐이다. 이보다 앞서 당 대변인을 통해 “2004년 처남이 문 위원장의 지인과 함께 대한항공을 방문해 납품계약을 부탁했는데 대한항공이 이를 거절하면서 취직자리를 알아봐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라고 한 해명은 더욱 황당하다. 여당 실세라는 권력을 이용해 민간기업 납품을 시도했다는 말 아닌가.

문 위원장은 작년 1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때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강조했던 것이 노무현 정신이다. 여당 실세 시절 재벌과 결탁해 반칙과 특권을 누린 문 위원장이 지금은 현 정부의 ‘총체적 기강 해이’와 ‘국가 권력의 사유화’를 비판하고 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권만 잡으면 권력의 사유화를 자행하고 있으니 국민은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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