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 원정 佛像 도둑질, 국제사회가 어찌 볼지 생각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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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쓰시마 시의 사찰 바이린 사에서 통일신라 때 것으로 추정되는 높이 11cm의 탄생불(誕生佛) 1점과 경전을 훔친 혐의로 한국 남성 5명이 24일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쓰시마 시는 이 불상을 2005년 유형문화재로 지정했고 사찰 측은 “과거 한국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주겠다고 해도 안 팔았다”고 한다. 체포된 한국인 중 2명은 “불상이 돈이 되기 때문에 훔쳤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그렇지 않아도 확대되고 있는 일본 내 혐한(嫌韓)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이다.

2012년에도 한국인 절도단이 쓰시마 가이진 신사의 동조여래입상과 간논 사의 금동관음보살좌상을 훔쳐 외교 문제로 비화됐다. 일본은 반환을 요구했으나 한국 정부는 응하지 않았다. 1330년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조성한 것으로 확인된 금동관음보살좌상을 일본 사찰이 정당하게 취득했다는 것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돌려줘선 안 된다고 법원이 작년 2월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에서는 예정된 한일 문화교류행사를 취소하며 강력히 반발했고 여론도 악화됐다.

일본에 있는 한국 문화재는 6만6800여 점으로 파악된다. 상당수는 불법적으로 반출됐을 개연성이 크다. 1965년 한일협정 체결 후 일본은 일부 문화재를 돌려줬지만 반환 대상을 의도적으로 축소, 은폐한 의혹도 있다. 그들이 과거에 약탈 또는 강탈한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 와야 하지만 그럼에도 적법 절차는 밟아야 옳다. 한국이 1983년, 일본이 2002년 가입한 유네스코의 ‘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금지와 예방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불법 반출입한 문화재를 원소유자에게 돌려주되 선의로 취득한 문화재는 보호하도록 돼 있다.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일본은 한국 문화재 반환에 성의를 보이기 바란다. 우리도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한 문화재 환수는 절도와 다름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일본이 약탈해갔다고 한국도 훔쳐오는 것은 국제법도 용납하지 않는다. 한류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은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한일 간의 문제를 떠나 미국 유럽 등 국제사회가 이 같은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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