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 -러 밀월 미묘한 때 첫발 뗀 남- 북 -러 경협 프로젝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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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석탄 4만500t이 24일 북한 나진항을 거쳐 29일 국내로 처음 수입된다. 남-북-러 3각 경제협력 사업으로 추진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첫 시범운송이자 유라시아 대륙을 경제공동체로 묶는 박근혜 정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 결실이다. 한국이 러시아에 지불할 400만 달러(약 44억 원)의 석탄 대금과 운송료 중 일부가 북한으로 가기 때문에 5·24 대북(對北) 제재 조치의 빗장이 사실상 풀리는 의미가 있다.

프로젝트 참여는 작년 말 방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합의로 성사됐다. 동진(東進)정책을 추구하는 러시아가 북한과 설립한 합작회사 나선콘트란스의 러시아 측 지분을 한국 기업이 사들여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의 물류망을 한국까지 연결한다는 것이다.

예정된 시범사업이라고 해도 현재 남-북-러 관계를 고려하면 찜찜한 대목이 적지 않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국가들의 경제 제재를 받아 북한처럼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다. 북한 김정은은 유엔의 인권 압박에 출구를 찾기 위해 러시아로 특사를 보내 ‘유엔 결의안 반대’와 ‘6자회담 재개’ ‘질적으로 새로운 수준의 통상경제관계’를 얻어냈다. 급격한 북-러 밀월에는 두 나라가 서로를 전략적으로 이용해 한중, 중일, 중미 관계를 흔들겠다는 의도를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나진항을 이용한 러시아 석탄 수입이 블라디보스토크 출발보다 15% 정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해외에서 달러 빌리기도 어려워 ‘제2의 외환위기’ 우려가 나오는 러시아에 한국기업이 섣불리 거금을 투자했다가는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개성공단처럼 북한이 제동을 걸어 사업이 중단되는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연평도 포격 도발 4주년이 내일로 다가왔지만 북한은 되레 핵실험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북한이 이번 프로젝트를 5·24 조치 해제 수순으로 해석하거나, 북-러 밀월에 한국이 합류하는 것으로 본다면 ‘동북아 새판 짜기’의 지형은 복잡해질 수 있다. 정부는 러시아를 통해 북한을 남북 긴장 완화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전략 차원에서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다뤄야 한다.
#러시아 석탄#북한 나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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