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의원·유족 무서워 일그러진 ‘대리기사 폭행’ 경찰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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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벌어진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일부 간부의 대리기사 집단폭행사건에 대한 영등포경찰서의 초동 수사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경찰은 가해자로 의심되는 대책위 사람들을 조사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오히려 피해자인 대리기사와 폭행을 말리던 시민 두 명만 데려가 밤샘조사를 했다. 반면 대책위 간부들은 여의도의 병원까지 ‘친절히’ 안내해준 뒤 조사도 않고 돌려보냈다.

경찰은 폭행 현장에 주차돼 있던 한 차량의 블랙박스를 입수하고도 1시간 만에 차주(車主)에게 돌려줬다. 사건 실체 규명에 중요한 블랙박스를 차주가 요구한다고 덜렁 돌려준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경찰이 뒤늦게 19일 오후 김병권 전 위원장과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등 5명을 조사해 모두 공동폭행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초동수사 부실로 혐의 입증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경찰은 폭행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가 비판 여론이 커지자 뒤늦게 ‘24일 경찰 출석’을 요구했다.

영등포경찰서의 초동수사는 수사의 기본과 상식을 일탈했다. 힘없는 대리기사의 피해는 묵살하고 야당 의원과 대책위라는 ‘완장’의 눈치를 본 편파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 김 의원이 경찰을 감독하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이니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이 “법의 원칙적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경찰의 과잉 의지와 정권 눈치 보기에 일일이 대응하기에도 지친다”며 “개미지옥을 펴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개미귀신을 보는 것 같다”고 논평한 것은 적반하장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막말 논란을 빚은 세월호 유족 김영오 씨가 제기한 음모론과 공당(公黨) 논평이 비슷한 수준이다. 김 씨는 19일 정부와 일부 보수세력을 겨냥한 듯 “저들이 준비해놓은 함정일 수도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목격자들이 한결같이 유가족들의 일방적인 폭행이었다고 증언하는데도 김 전 위원장 등은 쌍방폭행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부 세월호 유가족의 도를 넘은 독선과 횡포가 다수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세월호 참사#대리기사#집단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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