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全農이 쌀 관세화에 고춧가루 뿌릴 때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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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1월 1일 쌀 시장 개방 이후 수입쌀에 적용할 관세율을 513%로 결정했다. 당초 알려진 관세율 400%보다 훨씬 높고 전문가들이 제시한 것 중에서도 가장 높은 관세율이다. 이 관세율을 적용하면 80kg 미국산(중립종) 쌀은 6만3303원에서 38만849원, 중국산(단립종)은 8만5177원에서 52만2134원으로 수입가가 높아진다. 2013∼2017년 국산 쌀의 목표 가격이 18만8000원이니 그 정도 관세라면 굳이 외국 쌀을 사먹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회원 13명은 새누리당과 농림축산식품부가 당정협의 중인 국회 의원회관에 난입해 “일방적 쌀 개방을 중단하라”며 계란과 고춧가루를 던졌다. 이들은 세계무역기구(WTO)와의 협상 과정에서 관세율이 이보다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약속하라고 요구했지만 협상에는 상대가 있는 만큼 정부가 약속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농민단체 중에도 쌀 개방을 찬성하는 곳이 적지 않다. 전농처럼 ‘쌀 개방 반대’를 내걸고 폭력적 시위를 하는 극히 일부의 강성 단체에 끌려 다녀서도 안 될 일이다.

2005년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안의 국회 통과 당시 열린우리당의 조일현 의원(강원 홍천-횡성)은 “1994년 WTO 협상으로 10년간 (쌀 개방) 유예기간을 벌었지만 국회가 표를 의식해 해마다 추곡 수매가를 높여서 쌀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며 “역적 소리를 듣더라도 옳은 일이라면 정치인들이 눈치를 보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9년 전에 유예시킨 쌀 관세화를 또 유예시킬 순 없다. 국익을 위해서도, 세계적 흐름에서도 쌀 시장 개방은 피할 수 없는 정책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내 포도농가가 다 죽는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농민들이 할 일은 우리 쌀의 품질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에 특화된 맞춤형 쌀을 생산하는 것이다. 정부는 전농 같은 단체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쌀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흔들림 없이 펴 나가야 한다.
#쌀 시장 개방#수입쌀#관세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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